햇볕을 얼마나 쬐어야 할까?

적당한 햇빛 노출은 건강에 이롭지만 야외 활동 시 피부를 보호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사진 출처, Getty Images

사진 설명, 적당한 햇빛 노출은 건강에 이롭지만 야외 활동 시 피부를 보호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게재 시간
읽는 시간: 5 분

여름철을 기준으로 하루 단 몇 분만 햇볕을 쬐어도 충분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훨씬 더 오래 햇빛에 노출되어야 하는 사람도 있다.

1923년 지중해 크루즈 여행을 마치고 구릿빛 피부로 돌아온 코코 샤넬의 사진은 태닝과 일광욕이라는 개념을 대중화하는 계기가 됐다. 샤넬의 구릿빛 피부는 지위의 상징이 되었고 햇빛을 바라보는 서구 사회의 인식 자체를 바꿔 놓았다.

1900년대 초중반에는 햇빛을 치료에 활용하는 일광요법이 요양원에서 구루병(뼈가 약해지는 질환)과 결핵을 치료하는 데 쓰였다. 그리고 "건강한 태닝"은 사회적으로 권장되기도 했다.

그러나 약 1세기가 지난 지금, 인류와 태양의 관계는 훨씬 복잡해졌다. 지난 50년간 피부암 발생률이 급증하면서 의학계는 햇빛에 대한 관점을 재검토하기에 이르렀다. 보건 당국의 캠페인도 햇빛을 피하고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라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과도한 햇빛 노출이 피부암 위험을 높인다는 과학적 명제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새 낮에 시간을 정해 두고 자외선을 쬐는 이른바 "적당한" 햇빛 노출이 정신 건강과 비타민 D 합성, 면역 체계 강화에 유익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다. 특정 암 위험을 줄이고 심혈관 건강을 증진하며 인지 기능과 수면의 질을 향상시킨다는 연구도 있다. 그렇다면 위험은 피하면서 햇빛이 주는 이점을 누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에게 필요한 햇빛의 양은 과연 어느 정도일까?

왜 필요할까?

적당한 햇빛 노출은 뼈 건강과 근육 기능에 필수적인 비타민 D의 체내 합성을 돕는다. 일부 연구에 따르면 높은 비타민 D 수치는 암 발생률 및 사망률을 낮추는 것은 물론 제2형 당뇨병 발병 위험 감소와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햇볕 쬐기는 혈압 저하에도 도움이 된다. 자외선 A가 피부에 닿으면 산화질소가 방출되어 혈관이 확장된다. 이는 심근경색과 뇌졸중 위험을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스웨덴 여성 2만 9518명을 20년간 추적한 연구가 있다. 이에 따르면 햇빛을 철저히 피한 집단은 햇빛 노출량이 가장 많았던 집단에 비해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률이 2배나 높았다. 반면 자외선 태닝기 사용은 전반적인 사망률 및 암 사망률 증가와 연관이 있었다. 지난 2011년 수행된 또 다른 스웨덴 연구에 따르면 월 1회 이상 인공 태닝기를 최소 10년 이상 사용한 여성은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률이 90%나 증가했다.

레베카 메이슨 호주 시드니대학교 생리학과 교수는 적정 수준의 비타민 D를 확보하는 것은 "염증을 완화하고 침입한 병원체에 대응하며 면역 체계가 자가 세포를 공격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햇빛은 수면의 질을 높이고 인지 건강을 증진하는 데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아침 햇빛에 포함된 청색광(블루라이트) 파장은 뇌가 낮임을 인지하도록 자극해 코르티솔 분비를 늘리고 수면 유도 호르몬인 멜라토닌을 억제한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각성 상태가 되고 에너지를 얻게 된다. 낮 동안 햇빛에 더 많이 노출될수록 인지 능력과 반응 속도, 기억력이 향상될 수도 있다. 36만 명 이상을 대상으로 진행된 한 연구에서는 낮 동안 적정 시간(약 1시간 30분) 햇빛을 쬐는 것이 치매 발병 위험 감소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햇빛 노출은 뇌 속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 수치를 높여 마음을 안정시키고 집중력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준다. 중증 우울증으로 치료받는 환자들이 햇볕이 잘 드는 병실에서 지낼 때 회복 속도가 더 빠르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반면 낮 시간대 햇빛 노출이 부족하면 우울 증상과 기분 저하, 불면증의 위험이 커질 수 있다.

1900년대 중반까지는 “건강한 태닝”이 적극 권장되었으나, 피부암 발생률이 급증함에 따라 학계에서는 이를 재고하게 됐다

사진 출처, Getty Images

사진 설명, 1900년대 중반까지는 "건강한 태닝"이 적극 권장되었으나, 피부암 발생률이 급증함에 따라 학계에서는 이를 재고하게 됐다

얼마나 필요할까?

이에 대한 답은 연령과 지역, 피부 타입에 따라 다르다. 다만 전문가들은 대체로 짧게 자주 햇빛을 쬐는 것을 권장한다.

메이슨 교수는 비타민 D 합성 측면에서 자외선 B 수치가 가장 높은 "한낮에 짧고 자주" 햇빛에 노출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피부색이 밝은 사람의 경우 손이나 팔, 다리를 노출한 채 하루 몇 분씩, 거의 매일 규칙적으로 짧게 햇빛을 쬐는 것이 좋다. 단, 자외선 지수가 매우 높은 지역에서는 한낮 대신 오전이나 오후에 햇빛을 쬐어야 한다.

반면 피부색이 어두운 사람은 훨씬 더 많은 햇빛 노출이 필요할 수 있다. 피부에 멜라닌 색소가 많을수록 햇빛을 통한 비타민 D 생성에 더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영국에서는 봄과 여름철에 어두운 갈색 피부를 가진 사람이 충분한 비타민 D를 합성하려면 한낮에 약 25분간 햇빛을 쬐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메이슨 교수는 피부색이 매우 밝은 사람, 흑색종을 앓았거나 가족력이 있는 사람, 또는 점이 많은 사람은 피부암 발병 위험이 높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면역억제제를 복용하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피부색이 밝은 사람은 비타민 D 합성에 필요한 극소량의 노출을 포함해 모든 햇빛 노출이 암 발병 위험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하는 연구도 있다. 다만 피부색이 어두운 사람에게도 이 원칙이 동일하게 적용되는지는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메이슨 교수는 "고위험군 역시 몇 분 정도의 노출은 가능하다"면서도 "간헐적으로 오랫동안 쬐는 것보다는 자주, 더 많은 부위를 드러낸 채 짧게 햇빛을 쬐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하루 중 다른 시간대에 비해 자외선 A(UVA) 대비 자외선 B(UVB) 비율이 높아지는 정오 무렵에 이러한 방식을 활용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자외선 B는 피부암의 주요 원인이기도 하지만 비타민 D 생성을 위한 필수 요소다. 반면 이른 아침이나 늦은 오후에는 자외선 B를 충분히 얻지 못할 뿐만 아니라, 피부 노화를 유발하고 피부암 발병에도 영향을 미치는 자외선 A에 상대적으로 더 많이 노출되게 된다.

메이슨 교수는 하지만 적정 시간이 지나면 "피부를 세심하게 가려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백색증을 앓고 있는 사람에게는 자외선 차단 조치 없이 햇빛에 노출되는 것 자체가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겨울철에는 피부 노출 면적과 거주 지역에 따라 충분한 비타민 D를 생성하기 위해 야외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한다. 메이슨 교수는 멜버른이나 호바트 등 세계 일부 지역의 경우 겨울철 자외선 B량이 부족해 비타민 D를 충분히 합성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조앤 맨슨 미국 하버드 의과대학 교수는 "건강을 고려해 햇볕을 쬔다면, 약간에서 적당한 수준의 햇빛으로 충분하다"고 말했다. 맨슨 교수는 자외선 차단 없이 장시간 햇빛에 노출되는 것은, 특히 오전 10시에서 오후 4시 사이에는 반드시 피해야 한다며 야외 운동이나 일상적인 외출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쬐는 햇볕으로도 충분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레슬리 로즈 영국 맨체스터대학교 피부과 교수는 "햇빛 노출의 이점과 위험 사이의 균형은 개인의 피부 타입과 피부색에 따라 다르다"고 말했다.

학계 연구에 따르면 어두운 피부는 자외선으로 인한 DNA 손상으로부터 피부를 더 잘 보호하는 반면, 밝은 피부는 매우 낮은 수준의 자외선에도 취약하다. 즉 개인 맞춤형 햇빛 노출 지침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어두운 피부를 가진 사람은 체내에서 유해한 자외선을 막아주는 천연 필터 역할을 하는 멜라닌 수치가 높다.

어두운 피부를 가진 사람은 멜라닌 수치가 높아 햇빛을 통한 비타민 D 합성에 더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더 많은 햇빛 노출이 필요할 수 있다

사진 출처, Getty Images

사진 설명, 어두운 피부를 가진 사람은 멜라닌 수치가 높아 햇빛을 통한 비타민 D 합성에 더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더 많은 햇빛 노출이 필요할 수 있다

과도하게 노출되면 어떤 문제가 생길까?

햇빛에 지나치게 오랫동안 노출된다고 해서 비타민 D 합성이 계속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화상과 색소 침착, 조기 노화의 위험만 높아진다. 과도한 자외선 노출은 피부암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이다.

영국에서는 가장 위험한 형태의 피부암인 악성 흑색종 신규 진단 건수가 연간 2만 건을 넘어서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비영리 단체인 영국 암연구소는 이 가운데 약 90%가 과도한 자외선 노출과 인공 태닝기 사용으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예방할 수 있었던 사례라고 주장했다. 피부암은 미국에서도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암으로, 올해 미국 내에서만 약 11만 2000명이 침습성 흑색종 진단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유아기와 청소년기의 햇빛 노출을 제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생애 첫 20년 동안의 햇빛 노출량이 이후 피부암 발병 위험을 상당 부분 결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도한 햇빛 노출은 백내장을 유발할 수도 있다. 안구 수정체에 혼탁이 생기는 백내장은 보통 수술로 쉽게 치료할 수 있지만 제때 치료받지 않고 방치할 경우 결국 실명까지 이어질 수 있다. 의료 전문가들은 유해한 자외선으로부터 눈을 보호하기 위해 UV 400 차단 기능이 있는 선글라스를 착용할 것을 권장한다.

부족하면 어떻게 될까?

로즈 교수는 햇빛이 부족한 지역에 살 경우, 특히 겨울철에 비타민 D 수치가 저하되기 쉽다고 설명했다. 어두운 피부색을 가진 사람, 야외 활동이 제한된 사람, 햇빛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 종교적·개인적 이유로 피부를 가리는 의상을 입는 사람은 비타민 D 결핍 위험이 높다.

비타민 D 결핍이 지속되면 구루병이나 골연화증과 같은 뼈 변형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구루병은 17세기 영국에서 석탄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도시 전체가 매연으로 뒤덮여 자외선이 피부에 도달하지 못하게 되자 런던과 같은 도시를 중심으로 유행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비타민 D 결핍은 영양제나 보충제를 통해 비교적 쉽게 개선할 수 있다. 반면 모든 성인이 비타민 D 보충제를 복용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견이 엇갈린다. 보충제 섭취에 관한 권장 사항은 연령과 국가별 가이드라인에 따라 다르다.

미국과 캐나다처럼 겨울철 햇빛이 부족한 일부 국가에서는 버섯, 시리얼, 유제품 등의 식품에 비타민 D를 의무적으로 첨가하는 방식으로 영양을 강화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비타민 D를 과다 섭취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하루 4000 IU(100마이크로그램) 이상을 섭취하면 고칼슘혈증을 유발해 뼈를 약화시키고 신장과 심장에 손상을 줄 수 있을 만큼 해로울 수 있다.

코코 샤넬이 몰고 온 태닝 열풍으로부터 1세기가 지난 지금, 햇빛 노출의 이점과 위험성에 대한 인류의 이해는 보건 권고안과 자외선 차단 캠페인의 발전에 힘입어 한층 고도화됐다.

메이슨 교수가 강조하듯 햇볕 쬐기의 핵심 원칙은 짧게, 자주다. 하루 중 태양이 가장 높은 정오 무렵에 자주 밖으로 나가 짧게 햇빛을 쬐는 것이 좋다. 물론 자외선 차단 조치를 병행하고 자외선이 특히 강한 시간대에는 장시간 노출을 피해야 한다. 그래야 화상과 피부암 위험은 줄이면서 햇빛이 주는 이점을 최대한 누릴 수 있다.

이 기사의 모든 내용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만을 목적으로 하며, 당사자의 담당 의사나 보건의료 전문가의 의학적 조언을 대체할 수 없습니다. BBC는 본 사이트의 콘텐츠에 기반해 사용자가 내린 진단에 대해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습니다. 또한 BBC는 외부 인터넷 사이트의 콘텐츠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으며 언급되거나 추천된 어떠한 상업적 제품 및 서비스도 보증하지 않습니다. 건강과 관련해 우려되는 사항이 있다면 반드시 담당 전문의와 상의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