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서 수년래 최대 규모 지진…최소 132명 사망

동영상 설명, 콜롬비아를 뒤흔든 강진으로 건물 여러 채가 붕괴했다
    • 기자, 호세 카를로스 쿠에토
    • 기자, BBC 스페인어 서비스 특파원
    • Reporting from, 보고타
    • 기자, 바네사 부슈슐루터
    • 기자, 라틴 아메리카 온라인 에디터
    • 기자, 마이클 쉴스 맥네미
  • 게재 시간
  • 읽는 시간: 3 분

콜롬비아에서 지난 10일(현지시간) 수년 만에 최대 규모의 지진이 발생해 최소 132명이 사망했다. 현지 당국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많은 이들이 무너진 건물 잔해에 매몰된 것으로 추정되면서 사망자 수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콜롬비아 지질조사 당국에 따르면, 규모 7.4의 이번 강진은 현지 시각으로 오전 7시 34분 초코주 지하 103km 깊이에서 발생했다. 이번 지진의 진동은 콜롬비아 서부 전역의 수백 킬로미터에 달하는 광범위한 지역에서 감지됐다.

사망자 대부분은 콜롬비아 내 커피 재배 지역으로 유명한 리사랄다주 페레이라시에 집중됐으나, 인근 도시 및 바예데카우카주에서도 상당한 피해가 잇따랐다.

진원지는 초코주 산호세 델 팔마르 근처였으나, 레온 파비오 마린 몬카다 시장은 도시를 드나드는 도로는 파손됐으나, 기적적으로 사망자나 부상자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진원지에서 약 55km 떨어진 페레이라시는 큰 피해를 입었다.

BBC가 확인한 영상 속 페레이라시 중심 광장인 플라자 볼리바르에서는 적어도 건물 한 채가 붕괴했으며, 시민들이 모여 있는 광장 곳곳에는 잔해와 먼지가 흩어져 있다.

지역 당국은 페레이라시 광역도시권에서 최소 40명이 사망하고 건물 65채가 무너졌다고 밝혔다. 이중 건물 15채에는 아직 사람들이 매몰된 것으로 추정된다.

시내 일부 지역에는 11일 오전 5시까지 통행금지령이 내려졌다.

페레이라에서 남쪽으로 약 160km, 진원지에서 약 200km 떨어진 바예데카우카주 칼리에서도 건물 32채가 붕괴했다.

영국 런던 출신으로 연인과 함께 장거리 여행을 하며 약 2달간 콜롬비아에 머물고 있는 댄 커틀러(29)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일은 한 번도 겪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현재 칼리에서 지내는 그는 지진으로 잠에서 깼다며 "우리는 잠옷 차림으로 밖으로 뛰쳐나왔다. 호텔 건물 자체에 큰 구조적 손상은 없지만, 벽에 균열이 갔고, 페인트와 회반죽이 벗겨졌다"고 설명했다.

마니살레스, 퀴브도, 메데인 등 초코주와 바예델카우카주 전역에서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보고도 있다.

무너진 건물 잔해와 이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모습

사진 출처, EPA

사진 설명, 칼다스주 마니살레스에서도 건물 여러 채가 붕괴했다

마니살레스에서도 최소 2명이 숨졌다.

현지의 한 호텔에 투숙 중이었던 앙헬리카 아빌라는 BBC 월드 서비스와의 인터뷰에서 지진으로 호텔 벽에 금이 갔다고 설명했다.

이어 "모두가 비명을 질렀다 … 근처 건물들에서 먼지가 뿜어져 나왔고, 벽에서는 벽돌이 떨어지고 있었다"고 회상했다.

마니살레스 출신의 언론인이자 기상학자인 루이스 펠리페 몰리나는 지진이 발생했을 당시 진원지에서 약 150km 떨어진 자택에 있었다.

그는 과거 여러 차례 지진이 발생한 탓에 마니살레스의 "내진 건축 규정은 매우 엄격하다"며 덕분에 자신의 아파트는 진동을 견뎌냈다고 설명했다.

그는 BBC 스페인어 서비스와의 인터뷰에서 "책 450권이 꽂혀 있었는데 선반 위에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은 단 몇 권뿐이었다. 유리 깨지는 소리와 사람들의 비명이 들렸다"고 했다.

"끔찍하고 무서웠습니다."

한편 콜롬비아 항공 당국은 페레이라, 마니살레스, 퀴브도, 아르메니아, 카르타고, 부에나벤투라 등 여러 지역의 공항에서 피해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수도 보고타의 경우, 가로수와 신호등이 격렬하게 흔들렸으며, 몇몇 건물에 균열이 생겼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다만 현재까지 도시 인프라에 심각한 피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진동은 베네수엘라, 에콰도르, 파나마 등 접경국에서도 감지됐다.

이번 지진은 베네수엘라 북부를 강타한 2차례의 강진이 발생한 지 2개월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 발생했다. 베네수엘라에서는 이번 지진으로 6300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건물이 무너진 현장에서 손으로 잔해를 옮기는 사람들

사진 출처, Reuters

사진 설명, 바예델카우카주 칼리에서도 건물 수십 채가 붕괴했다
규모 7.4의 지진이 발생한 진원지와 인근 주요 도시를 표시한 콜롬비아 지도

아벨라르도 데 라 에스프리에야 콜롬비아 대통령은 국가 재난 상황을 선포하고, 예산 재편성 등 비상사태에 대응하기 위한 특별 권한을 부여했다.

지난 7일 취임한지 불과 며칠 만에 이 신임 대통령은 자신의 재임 성과를 좌우할 수도 있는 사태에 직면하게 됐다.

대통령은 사망자 외에도 주택 1500채 이상이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한편 피해 규모가 점차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국제사회는 지원 의사를 표명하고 나섰다.

마르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이번 지진을 "주의 깊게 살펴보고 있다"며 "도울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우르술라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EU의 '코페르니쿠스' 위성이 구조 작업에 투입됐다고 전했다.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은 콜롬비아 국민에게 연대의 메시지를 전하며 구조 인력과 장비를 지원하겠다고 제안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약 150만 명이 규모 7에 가까운 진동을 느꼈다.

USGS는 이번 콜롬비아 지진처럼 깊은 곳에서 발생한 지진은 일반적으로 지표면 가까이에서 발생하는 천발지진보다는 위험성이 크지 않지만, 그래도 여전히 그 에너지로 인해 건물이 손상될 수 있으며, 횟수는 적어도 잠재적으로 더 강력한 여진이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칼리의 건물이 무너져 인근에 주차된 차를 덮친 현장

사진 출처, EPA

사진 설명, 콜롬비아에서 3번째로 인구가 많은 도시인 칼리에서도 건물 여러 채가 붕괴했다
거리에 나와 있는 시민들의 모습

사진 출처, REUTERS/Luisa Gonzalez

사진 설명, 진원지에서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수도 보고타에서도 진동이 느껴지며 시민들이 대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