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기 찔린 피해 학생에게 수갑… 경찰 체포 영상공개 뒤 영국 총리 '경찰 대응 의문'
- 기자, 제이크 래펌
- 게재 시간
- 읽는 시간: 4 분
주의: 해당 기사는 읽기 다소 불편한 묘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영국 사우샘프턴대학교 재학생 헨리 노왁(18)의 살해 사건에 경찰이 어떻게 대응했는지를 보여주는 보디캠 영상이 공개된 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경찰에 심각한 의문이 제기된다"고 말했다.
지난 1일(현지시간) 비크럼 디그와(23)는 흉기로 10대 피해자 헨리를 찔러 숨지게 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고, 최소 21년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범행에 사용된 21cm 흉기를 시크교 신앙의 일환으로 지니고 있었다고 밝혔다.
보디캠 영상에는 헨리 노왁이 수갑을 찬 채 경찰에 "숨을 쉴 수 없다"고 말하는 모습이 담겼다. 용의자 디그와는 흉기 공격 현장에서 오히려 자신이 인종차별의 피해자라고 경찰에 거짓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2일(현지시간) 사우샘프턴에서는 수백 명이 모였고, 시위대와 진압 경찰 사이에 충돌이 벌어졌다.
영국 경찰 지휘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소수 인종을 다르게 대해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될 수 있는 '반인종주의 방침'을 재검토하고 있다.
영국경찰청장협의회(NPCC)는 의원들이 제기한 우려에 귀를 기울이고 있으며, 필요한 경우 내용을 수정하겠다고 밝혔다.
NPCC는 지난해 '반인종주의 방침' 문서를 발표했다. 이 문서는 인종주의가 "경찰 업무에서 매우 현실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서로 다른 인종 집단 출신 사람들에게 결과의 평등을 보장하는 것은 "모두를 똑같이 대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으며, 각자의 "상황과 경험"에 맞춰 대응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문서는 공식 정책이나 교육 자료는 아니다. 보수당은 피부색에 따라 사람들을 다르게 대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샤바나 마무드 내무장관 측 관계자는 문서의 표현이 매끄럽지 않았다고 말했다. NPCC 의장인 개빈 스티븐스 경찰청장은 "필요한 경우 변경할 수 있고, 그렇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무드 장관은 사우샘프턴에서 벌어진 사태를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그는 노왁 가족이 지난 1일 "헨리의 죽음이 더 큰 분열과 증오, 긴장을 조장하는 데 이용돼서는 안 된다"고 강하게 호소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비극을 폭력과 무질서를 부추기는 데 이용하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앞서 2일 방송 인터뷰에 나선 키어 스타머 총리는 보디캠 영상이 "정말 참혹했다"며 영상을 보면서 "속이 메스꺼웠다"고 말했다.
그는 "인종주의 의혹이 의사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문제를 다뤄야 한다고 밝혔다.
경찰 감시기구인 독립경찰민원조사국(IOPC)은 경찰의 대응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이며, 향후 3개월 안에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스타머 총리는 이 사안에 대한 더 광범위한 조사를 배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케미 베이드녹 영국 보수당 대표는 체포 영상이 "끔찍했다"며, "여러 차례의 실패"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사우샘프턴 사건을 2020년 미국에서 발생한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과 비교하며, 스타머 총리에게 더 강한 대응을 촉구했다.
그는 BBC에 "충분한 대응이 있었다고 보지 않는다"며 "더 많은 대응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베이드녹 대표는 스타머 총리가 야당 대표였을 당시 "조지 플로이드 사건이 벌어졌을 때, 다른 나라에서 일어난 일을 두고 무릎을 꿇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이 조지 플로이드 사건을 대했던 것만큼, 이 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도 진지하게 받아들이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경찰에 구금된 상태에서 숨진 아프리카계 미국인 조지 플로이드의 사망은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 시위 운동을 촉발했다.
앞서 마무드 장관은 이번 살해 사건 이후 협박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위험한 기류"를 지적했다.
그는 한 경찰관이 이 사건에 연루된 인물로 온라인에서 잘못 지목된 뒤 "자신과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거주지를 옮겨야 했다"고 말했다.
마무드 장관은 하원 연설에서 야당 의원들이 이 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나이절 패라지 영국개혁당 대표는 기자들에게 노왁이 받은 대우에 "차가운 분노"를 느꼈다며, 이를 "이중 잣대가 적용되는 영국"의 증거라고 주장했다.
그는 "그 순간에는 죽어가는 사람보다 인종주의라는 거짓 주장에 더 큰 무게가 실렸다"고 말했다.
크리스 필프 야당 내무부 대변인은 하원 연설에서 "경찰은 헨리를 돕는 것보다 인종주의 혐의를 더 신경을 쓰는 것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베이드녹 대표는 뉴스나이트에 "살해범이 백인이었다면 경찰이 몇 가지 질문을 더 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경찰은 성급하게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그는 패라지 대표의 발언에 대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분노가 아니다. 분노는 다른 누군가의 아이를 다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마무드 장관은 구체적인 사건의 사실관계를 판단하는 것은 IOPC의 몫이라면서도 "이 나라의 모든 사람은 법 앞에 평등하다"고 말했다.
총리실 대변인은 "이중 잣대 치안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시크교도인 탄만지트 싱 데시 노동당 의원은 영국개혁당과 다른 정당들이 "한 명의 폭력적인 살인범의 행동을 근거로" 시크교 공동체를 "희생양으로 삼으려 한다"고 비판했다.
2일 저녁, 살해 사건 현장 인근에 모인 시위대와 진압 경찰 사이에 충돌이 벌어졌다.
이번 시위는 극우 인사인 토미 로빈슨이 주도했다.
시위대는 쓰레기통과 벽돌 일부, 전동 킥보드를 경찰을 향해 던졌고, 방패와 진압봉을 든 경찰관들은 거리에서 대열을 유지하려 했다.
법무부는 '과도하게 관대한 형량(ULS)' 제도에 따라 디그와에게 선고된 징역형을 재검토해 달라는 "여러 건의 요청"을 접수한 후, 해당 형량을 검토하고 있다.
현행법상 시크교 신자는 종교적 목적을 위해 '키르판'으로 알려진 작고 굽은 칼날을 몸 가까이에 착용하는 것에 대해 법적 항변을 할 수 있다.
디그와는 전통적인 키르판을 옷 안에 착용하고 있었지만, 노왁에게 사용한 흉기는 이보다 훨씬 컸으며 옷 위에 찬 칼집에 넣어 지니고 있었다.
디그와의 가족은 노왁의 가족에게 사과하고, 시크교 공동체의 "명예를 실추시킨" 데 대해서도 사과했다.
이름이 공개되지 않은 가족 구성원은 성명에서 "우리는 비크럼을 사랑한다"며 "앞으로도 그를 사랑할 것이다. 하지만 노왁 가족에게 깊은 슬픔을 느끼고 있다는 점도 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마무드 장관은 이 사건의 검사가 "이 사건은 시크교에 관한 것도, 인종차별에 관한 것도 아닌, 살인 사건이다"라고 말한 데 대해 자신의 의견을 "공감한다"고 밝혔다.
노왁의 가족들도 이 말을 인용하며, 경찰의 처우를 "비인도적이고 모욕적"이라고 비난했고, 경찰 당국은 이에 대해 사과했다.
그의 아버지 마크는 "헨리는 경찰관들에게 숨을 쉴 수 없다고 아홉 번이나 말했다"고 말했다.
"헨리는 자신이 네 차례 흉기에 찔렸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헨리는 자갈밭 위로 끌려갔고, 두 손이 등 뒤로 묶인 채 수갑을 찼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아들과 디그와가 대우받은 방식의 차이가 "견디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햄프셔·와이트섬 경찰 대변인은 사건에 연루된 경찰관 가운데 3명은 여전히 근무 중이며, 1명은 사임했다고 밝혔다.
햄프셔·와이트섬 경찰범죄위원장인 도나 존스는 경찰 상황실의 조직문화와 업무 수행, 그리고 흉기 사건에 대응한 경찰관들의 교육에 대한 검토를 요청했다.

사진 출처, Police handout
보디캠 영상에는 한 경찰관이 노왁에게 "흉기에 찔렸다고요, 어디를요?"라고 묻는 음성이 담겼다. 이어 이 경찰관은 "찔린 것 같지는 않은데요"라고 말했다.
수갑이 채워지는 동안 노왁은 여러 차례 "숨을 쉴 수 없다"고 말했다.
영상 후반부에는 반응이 없어 보이는 노왁에게 폭행 혐의로 체포한다는 말이 전달되는 장면도 담겼다.
지난 1일 선고 공판에서 윌리엄 모슬리 KC 판사는 노왁이 아무리 빨리 "응급처치나 심폐소생술, 전문 의료 처치"를 받았더라도, 부상 범위로 봐서는 무사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는 별도로, 디그와의 아버지 모가 싱(52)과 형 구르프리트(27)는 지난 2일 오후 무기 소지 혐의로 법정에 출두했으며, 조건 없는 보석으로 석방됐다.
디그와의 어머니 키란 카우르(53)는 앞서 공격에 사용된 흉기를 숨기려 한 뒤 범인 도피를 도운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그는 7월 17일 형을 선고받을 예정이다.
추가 보도: 커티스 랭커스터, 피터 쿡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