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치아를 새로 자라게 하려는 과학자들

사진 출처, BBC/Serenity Strull
- 기자, 세라 슬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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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아는 많은 사람이 생각하는 것보다 건강에 훨씬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현재 치아를 잃었을 때 사용하는 치료법은 대부분 일시적일 뿐이고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하다. 그렇다면 치아를 새로 자라게 할 수 있다면 어떨까.
일부 조사에 따르면 성인의 70% 이상이 치과에 가는 것을 두려워한다. 충전 치료와 치아를 깎는 시술에 대한 불안과 불신 때문에 정기 검진이나 치아 관리를 미루는 사람도 적지 않다.
하지만 미국 워싱턴대 줄기세포·재생의학연구소의 부소장이자 생화학자인 하넬레 루오홀라-베이커는 거의 매일같이 특이한 이메일을 받는다. 일상적으로 치과에서 진료를 받는 것보다 훨씬 실험적인 치료에 자원할테니 치아를 다시 자라게 하는 연구를 진행해달라는 요청이다.
이는 루오홀라-베이커가 치아를 잃었거나 치통으로 고통받는 수백만 명을 위해 재생의학을 기반으로 기존 치과 치료를 대체하려는 세계 여러 연구자 가운데 한 명이기 때문이다.
이들의 연구가 현실이 된다면 언젠가 치과에서는 손상된 치아를 인공 재료로 메우거나 뽑는 대신, 손상된 치아 조직이나 심지어 치아 전체를 다시 자라게 하는 치료를 받을 수도 있다.
이러한 기술이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새로운 치료법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치아는 많은 사람이 생각하는 것보다 건강과 삶의 질에 훨씬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루오홀라-베이커는 "연구를 시작하면서 한 가지를 분명히 깨달았다"며 "사람들은 치과 치료가 변화하길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치아의 중요성
미국 터프츠대 치의학대학원의 파멜라 옐릭 교수는 "치아는 세상과 연결되는 창과 같다"고 말한다.
그는 "입을 벌리는 것이 두렵거나 제대로 음식을 먹지 못하면 삶은 점점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에는 "구강 건강이 전신 건강의 핵심"이라는 점이 충분히 주목받지 못했다고 옐릭은 말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잇몸질환을 일으키는 세균이 심장병과 호흡기 감염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고, 심지어 알츠하이머병과도 관련이 있다는 연구가 나오고 있다. 치아를 잃으면 질병 위험이 높아지고 기대수명이 짧아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치아에 문제가 생기면 먹고 씹고 웃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되고, 사회생활과 정신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악순환은 어린 시절부터 시작될 수도 있다.
치과의사들에게는 문제를 해결할 여러 방법이 있다. 충치가 생기면 손상된 부분을 제거한 뒤 레진 같은 인공 재료로 메우고, 작은 금이나 균열도 충전재로 복구한다.
하지만 이런 치료에는 한계가 있다. 충전재의 수명은 사람마다 차이가 커서, 짧게는 5년에서부터 길게는 20년 정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미국 일리노이대 시카고 캠퍼스의 구강생물학 교수 앤 조지는 많은 환자가 이러한 치료를 "반복적으로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치료법이 "치아 본래의 생물학적 기능을 회복시키는 것이 아니라 손상을 복구하는 데 주로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조지는 "재생 치의학(regenerative dentistry)은 치과 치료의 패러다임 자체를 바꿀 수 있다"며 "이는 '치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 출처, BBC/Serenity Strull
충치를 스스로 메우는 치아
조지는 충치야말로 "치아를 가장 많이 손상시키는 원인"이라고 말한다.
치아는 크게 법랑질(에나멜), 상아질(덴틴), 백악질, 치수 등 네 겹의 층으로 구성된다.
충치는 치태(플라크) 속 세균이 당분을 분해해 산을 만들면서 가장 바깥층인 법랑질을 조금씩 녹여 생긴다. 법랑질 아래에는 더 부드러운 상아질이 있는데, 법랑질이 손상돼 상아질이 노출되면 충치는 더욱 빠르게 진행된다.
조지는 상아질이 성장하고, 무기질을 축적하며, 스스로 회복하는 데 필요한 단백질을 연구하고 있다.
그는 상아질 형성에 중요한 유전자 가운데 하나를 복제한 연구팀에도 참여했다. 그는 이 연구를 통해 치아가 상아질을 어떻게 만들고 유지하는지 이해하게 됐으며, 앞으로는 손상된 치아가 새로운 상아질을 스스로 만들어 충치를 메우도록 자극하는 치료법 개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기술이 현실화되면 충치를 메우기 위해 인공 충전재를 사용하는 기존 치료가 필요 없어질 수도 있다.
한편 루오홀라-베이커 연구팀은 '살아 있는 충전재' 개발도 진행하고 있다. 다만 이들은 상아질보다 법랑질 재생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연구팀은 기증받은 사랑니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법랑질을 만드는 세포인 법랑모세포(ameloblast)가 치아가 나온 뒤에는 모두 사라져 다시 활성화할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연구진은 줄기세포 일부를 화학 신호를 이용해 법랑모세포로, 또 다른 줄기세포는 상아질을 만드는 상아모세포(odontoblast)로 분화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 세포들을 함께 배양하자 스스로 법랑질 단백질을 분비하는 '치아 오가노이드(tooth organoid)'가 만들어졌다.
루오홀라-베이커는 앞으로 이 법랑질 단백질을 충전재로 활용하거나 금이 간 치아 표면에 바르는 치료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그의 궁극적인 목표는 실험실에서 치아 전체를 만드는 것이다. 그는 언젠가는 치아를 만드는 세포를 환자의 잇몸에 이식한 뒤 "나머지는 자연스럽게 (치료가)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실험실에서 치아를 키우는 방법
충치가 너무 심하거나 치아가 크게 손상됐을 때 현재 가장 쉽고 효과적인 치료법은 치아를 뽑고 임플란트를 심는 것이다. 임플란트는 나사 모양의 기둥과 인공 치관(크라운), 그리고 이 두 가지를 연결하는 부품으로 이뤄져 있다.
하지만 임플란트에는 씹을 때 압력을 느끼게 해주는 신경이 없기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너무 강하게 씹어 금이 갈 수 있다. 또 세균이 임플란트 표면에 달라붙어 주변 치아까지 오염시킬 수 있다.
또 인공 치관은 보통 15년 정도 지나면 교체해야 한다. 보험 적용 여부에 따라 수천달러의 비용이 들기도 한다.

사진 출처, BBC/Serenity Strull
영국 킹스칼리지런던에서 재생치의학을 연구하는 아나 안젤로바 볼포니 소장은 실험실에서 배양한 치아가 임플란트보다 더 오래가는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손상된 부분을 단순히 메우는 대신 생물학적인 대체 치아를 사용할 수 있다"며 현재 실제 치아로 성장할 수 있는 치아 오가노이드를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볼포니 연구팀은 성인의 잇몸 조직에서 채취한 세포와 쥐의 치아 형성 세포를 결합해, 뿌리부터 자라날 수 있는 사람-쥐 혼합 "치질(tooth structure)"을 생성할 수 있다는 걸 발견했다.
현재는 치아가 자라도록 하는 생물학적 신호를 재현하고, 세포들이 실제 치아처럼 기능을 갖추고 조직을 이루도록 돕는 생체재료 개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은 자연스럽게 이뤄지지 않는다.
사람은 영구치가 난 이후로는 다른 여러 동물처럼 새 치아를 계속 만들어내지 못한다. 예를 들어 상어는 평생 컨베이어벨트처럼 새로운 치아가 계속 자라난다. 캥거루와 코끼리도 여러 번 어금니가 새로 난다.
돼지 역시 특별한 특징을 갖고 있다. 턱뼈 안에 아직 나오지 않은 성체 치아의 싹(치배)이 여러 개 들어 있다. 옐릭 교수는 바로 이 특성을 활용해 사람과 돼지의 치아 세포를 결합한 뒤, 성체 유카탄 미니돼지에서 사람 치아와 유사한 구조의 이빨을 성장시키는 데 성공했다.
연구진은 사람 치아에서 상아질을 만드는 세포를, 정육점에서 버려지는 돼지 턱에서 발견된 치배에서 법랑질 형성 세포를 채취했다. 옐릭 교수는 "돼지가 식용으로 도축된 뒤에도 턱 안에는 다음 치아를 만들 준비를 하는 치배가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실험실에서 세포들을 배양한 뒤, 이를 치아가 자라는 환경을 모방한 생체공학 지지체 위에 함께 배치했다. 약 3개월이 지나자 자연 상태에서 돼지 이빨이 자라는 속도와 비슷하게 치아와 유사한 구조가 형성됐다.
옐릭 교수는 "이론적으로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한 연구였다"며 "자신의 치아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는 사람들의 연락도 매우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옐릭 연구진은 실험 기간을 더 늘리고, 돼지 턱 안에서 직접 치아를 자라게 하는 실험도 준비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돼지 세포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사람의 입안에서 치아가 자라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다.
아직은 시간이 더 필요하다
치아 재생 치료에 대한 관심은 매우 크지만, 스스로 충치를 메우는 치아나 실험실에서 만든 치아를 실제 환자에게 사용하는 날까지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
루오홀라-베이커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를 논하기 전에 먼저 다른 영장류를 대상으로 한 실험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를 위해서는 더 많은 연구와 시간, 연구비가 필요하다. 또 실험실에서 만든 치아가 사람의 입안에서 제대로 자라도록 하기 위한 환경도 개선해야 한다.
하지만 재생치의학 연구는 치아뿐 아니라 장기와 뼈 등 다른 신체 조직을 재생하는 연구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옐릭 교수는 "치아는 매우 정교한 살아 있는 기관"이라며, 치아를 실험실에서 재현하려는 과정 자체가 경조직과 연조직이 어떻게 기본적인 수준에서 함께 작동하는지에 대한 가르침을 준다고 설명했다.
볼포니 소장도 가까운 시일 내는 아닐지라도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재생 치과 치료가 결국 현실이 될 것으로 확신했다.
그는 "그것이 미래라고 생각한다"며 "(미래가) 아주 명확하진 않지만, 희망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