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분계선 코앞까지'…위성사진에 포착된 북한 측 DMZ 도로, 목적은?

김포 애기봉평화생태공원 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개풍군 일대. 비무장지대 북측에 북한군 초소와 군사 철책이 보인다.

사진 출처, AFP via Getty Images

사진 설명, 북한 측 비무장지대(DMZ)에 신설 도로가 구축되고 있다
    • 기자, 천소람
    • 기자, BBC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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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개성시와 개성공단 인근 비무장지대(DMZ) 안쪽 산악 지대. 울창한 나무 사이로 흙길이 길게 이어지고 있다. 2024년 4월 위성사진에서 보이지 않던 도로다.

같은 해 5월 8일 사진에는 기존 도로에서 갈라져 나온 새 길이 나타났고, 6월에는 이 도로 길이가 연장되고 폭도 넓어진 모습으로 확인됐다.

BBC가 확인한 위성사진에 따르면, 이 도로는 파주와 맞닿은 북한 측 DMZ 내 군사분계선(MDL) 인근까지 이어진다.

일부 구간은 MDL에서 약 260m 떨어진 곳까지 접근한다. 이 도로의 폭은 대체로 약 8~12m로 나타나며 일부 구간은 12m 이상으로 보인다. 위성사진에서 확인되는 신설 도로 구간은 직선 구간 기준 7km 넘게 이어진다.

도로 주변에는 나무가 벌목된 구간이 이어지고, 일부 지점에는 철책 또는 장애물로 보이는 구조물도 확인된다.

이 일대는 서울 방향으로 이어지는 주요 도로와 가까워 군사적으로 민감한 지역으로 꼽힌다. 새 도로에서 경기도 파주시 문산읍까지 직선거리는 약 13.5km에 불과하다.

MDL은 남북을 가르는 기준선으로, 이 선을 중심으로 남북 각각 2km씩 설정된 완충지대에선 군사 활동이 제한된다. 정전협정은 DMZ 안에서 적대행위를 금지하고, 군 병력과 장비의 출입과 배치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북한의 DMZ 요새화는 새로운 일은 아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23년, 남북을 '적대적 두 국가'로 선언한 이후 북한은 2024년 4월부터 MDL 북쪽 지역에서 전술도로 구축, 지뢰 매설, 철책 설치 등 이른바 국경 요새화 작업을 이어온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BBC가 확인한 위성사진은 이런 움직임이 군사분계선에서 불과 수백 미터 떨어진 지점에서 일어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최근엔 이 도로가 MDL에 얼마나 가까워졌는지 그리고 이런 북한의 행위를 정전협정 위반으로 볼 수 있는지를 둘러싸고 논란이 불거졌다.

한국 합동참모본부는 지난달 22일, 북한이 MDL 100m 이내까지 도로를 확장하고 있다며 "MDL 일대 장애물 설치는 명백한 정전협정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유엔군사령부는 24일, 팩트시트를 통해 북한의 MDL 국경선화 작업이 정전협정 위반이 아니라는 판단을 내놨다.

BBC는 위성사진과 전문가 분석을 바탕으로 북한이 DMZ 안에서 무엇을 바꾸고 있는지, 이 도로를 어떻게 볼 수 있을지, 그리고 같은 활동을 두고 왜 판단이 엇갈리고 있는지 살펴봤다.

위성사진에 나타난 변화

2024년 4월 27일, 2024년 5월 29일, 2026년 6월 26일 촬영된 위성사진 3장을 비교한 그래픽. 북한 측 비무장지대 안에서 군사분계선 인근으로 새 도로가 확장되는 모습이 보인다. 2026년 사진에는 신설 도로 일부 구간이 군사분계선에서 약 260m 떨어진 지점까지 접근한 것으로 표시돼 있다.
사진 설명, 북한 개성시와 개성공단 인근 비무장지대는 파주와 맞닿아 있는 접경지역이다

BBC는 2024년부터 2026년까지 파주와 맞닿은 개성공단 인근 북한 측 DMZ 지역의 위성사진을 분석했다.

2024년 5월 8일에 촬영된 위성사진에서는 기존 도로에서 갈라진 새 흙길이 처음 확인된다. 같은 달 29일 사진에서는 이 도로가 더 길게 이어지고, 주변 나무가 벌목된 구간이 늘어났다. 같은 해 6월 13일 사진에서는 도로의 윤곽이 상당 부분 잡힌 모습이 확인된다. 불과 두 달 만에 도로 건설을 위한 기반 작업이 마무리된 것으로 보인다. MDL과 거리는 불과 300m 이내이다.

올해 2월 16일에 촬영된 위성사진을 확대해 보면 도로 양옆으로 일정한 폭의 벌목 구간이 이어진다. 위성사진에 포착될 만큼 넓은 너비의 도로에는 철책으로 추정되는 장애물 등도 함께 나타나고 있다.

BBC가 확인한 위성사진을 분석한 이시효 명지대학교 연구교수는 새롭게 건설된 도로가 "북한이 최근 DMZ 일대에서 추진하고 있는 방어 시설 구축과 공간 관리 강화를 지원하기 위한 기반 시설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새 도로는 민간인의 접근이 사실상 제한되는 DMZ 내부, 그것도 MDL과 가까운 곳에 조성됐다며 이런 지역에 새로운 기반 시설이 들어섰다는 점 자체가 "군사적 활동과 연관성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도로 규모와 변화 양상도 주목할 부분이다. 위성사진에서 확인되는 도로 폭은 대체로 약 8~12m이며 일부 구간은 12m 이상으로 나타난다.

이 교수는 이런 변화가 단순한 통행로 조성이라기보다는 "DMZ 내부 공간이 이전과 다른 방식으로 재편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설 도로에서는 철책으로 추정되는 시설이 확인되며 새 도로의 상태는 기존 도로보다 양호한 모습이 포착됐다.

이 교수는 신설 도로를 중심으로 순찰이나 도로 관리가 이뤄지고, 기존 도로는 사용 비중이 작아졌을 수 있다며 "이는 북한의 실질적 군사 활동이 남쪽으로 이동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다만 그는 실제 운용 목적이나 군사적 기능은 위성사진만으로 단정하기 어렵고, 다른 정보와 함께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도로가 갖는 군사적 의미

위성사진만으로 도로의 실제 운용 목적을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전문가들은 DMZ 안에 새로 조성된 이 도로를 단순한 이동로로 보기 어렵다며 군사적 의미를 갖는다고 진단했다. 일반인의 접근이 제한되는 군사적 지역에 위치해 있고, 차량 이동이 가능한 폭으로 건설됐기 때문이다.

새 도로가 만들어지면, 북한군은 이전보다 더 빠르게 해당 지역에 접근할 수 있으며 순찰과 감시, 경계 활동도 더 체계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 유사시 장비나 병력을 이동시키는 데 활용될 가능성도 있다.

신승기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도로 폭과 위치를 고려할 때 전술적 용도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술도로를 "전술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도로"라고 정의하며, 군사적으로 대치하는 지역에서는 유사시 병력과 장비를 빠르게 이동시키는 기동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신 연구위원은 이어 "기존 도로에서 더 남하했다는 것 자체가 한국 입장에서는 위협적인 요소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강성철 숭실평화통일연구원 연구원은 이 도로의 의미를 북한이 MDL 인근에서 진행 중인 철책·지뢰·장애물 설치 작업과 함께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도로가 병력과 장비, 물자를 전방으로 이동시키는 데 활용될 수 있지만, "국경라인을 강화시키기 위해 장애물, 철책 지뢰 등을 관리하거나 설치하는 보급로"로도 이용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군사적 위협 혹은 방어적 성격?

이 도로의 성격을 두고는 전문가들의 해석이 엇갈린다.

일부는 북한이 MDL 인근에서 군사적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지만, 다른 전문가들은 이를 북한의 방어적인 국경 관리 성격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한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의 도로 확장이 한국군의 부담을 키울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DMZ와 MDL은 '완충지대'의 역할을 하는 구역인데 북한의 활동이 계속 남쪽으로 가까워질 경우 "한국 입장에서는 (유사시에) 대비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짧아지게 되고, 그만큼 안보적인 위협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북한의 국경선 작업을 단순히 방어적 조치로만 보기는 어렵다고 봤다.

그는 "군사적인 대비라는 것은 방어적인 것뿐만 아니라 공격을 할 수 있는 루트도 동시에 만드는 것"이라며 이런 움직임은 "단순히 방어적이고 선을 그어 두 국가로만 있겠다는 의미를 넘어 분명한 공격적인 의미"를 갖는다고 설명했다.

반면 강 연구원은 이 도로를 북한의 즉각적인 공격 신호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적대적 두 국가론' 이후, 북한이 MDL 일대를 사실상의 국경선처럼 강화하는 흐름 속에서 봐야 한다며 "공격 신호"라기보다 "국경 라인을 더 강화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했다.

김진무 전 숙명여대 교수도 북한의 도로 건설 목적을 방어적 측면에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의 DMZ 관리에서 중요한 목적 중 하나가 전방 병사들의 탈북을 막는 것이라며 "북한은 방어적인 관점에서 북한 병사들이 탈북을 못 하게 막는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도로와 철책, 장벽이 군사적 의미뿐 아니라 내부 통제와 체제 관리의 의미도 갖는다는 설명이다.

김포 애기봉평화생태공원 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개풍군 일대. 비무장지대 북측에 북한군 초소와 군사 철책이 보인다.

사진 출처, AFP via Getty Images

사진 설명, 한국 김포시에서도 북한의 도로 확장 공사 모습이 보인다

'비무장지대'의 변화

북한의 이런 움직임은 2024년부터 이어진 접경 지역 요새화 흐름과 맞닿아 있다. 북한은 남북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한 이후, 남북을 연결하던 경의선과 동해선 도로·철도 일부 구간을 폭파한 바 있다.

최근 합참과 유엔사의 엇갈린 발표는 북한이 DMZ 안에서 전술도로를 확장하고 있는 행위가 정전협정 위반인지에 관한 판단이 서로 다르다는 점을 보여준다.

군 당국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강대식 의원실에 의하면 북한은 일부 구간에서 철조망을 MDL에서 80~90m 떨어진 지점까지 설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합참은 북한이 MDL 인근까지 도로를 확장한 것은 정전협정 위반이라고 해석했다.

반면 유엔사는 북한의 도로 보수를 포함한 울타리 설치, 수목 제거 작업이 MDL 북쪽에 머무르고 있고, 금지 장비 반입이나 군사분계선 침범 증거가 없다면 그 자체로 정전협정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박원곤 교수는 정전협정 규정만 놓고 보면 유엔사의 판단이 맞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정전협정의 취지가 남북 간 긴장을 완화하는 데 있다면 "북한이 하고 있는 행동 자체가 긴장을 조성하고 있는 것"이라며 정전협정 위반 여부와 별개로 안보적 우려는 여전히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위성사진은 북한의 의도를 완전히 설명할 수 없다. 도로가 실제로 어떤 목적으로 사용되는지, 철책과 장애물이 어떤 기능을 하는지는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

하지만 위성사진이 보여주는 변화는 분명하다. 2023년에는 보이지 않던 도로가 2024년부터 새로 조성이 됐고, 이후 점진적으로 확장됐다. 도로 일부 구간은 군사분계선 방향으로 이어진다.

이 변화가 정전협정 위반인지에 대해서는 판단이 엇갈리지만, 위성사진에 나타난 도로 확장과 철책 등이 설치되는 모습은 '비무장지대'라는 이름과 달리, 이 공간이 기존의 완충지대와는 다른 성격으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래픽: 동아시아 비주얼 저널리즘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