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파병 북한군 사망자 2300여명 추정…위성사진으로 전사자 규모 파악

사진 출처, 조선중앙통신
- 기자, 천소람
- 기자, BBC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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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최근 평양에 북한군의 파병을 기리는 기념관을 완공한 가운데, 위성사진과 공개된 이미지를 분석한 결과 북한군 전사자는 약 2300명 안팎으로 파악됐다.
지금까지 구체적인 전사자 규모가 공개된 적이 없다는 점에서 이는 북한이 공개한 자료를 통해 전사자 규모를 확인할 수 있는 첫 단서로 평가된다.
한국 통일부는 29일 BBC에 "'해외군사작전 전투위훈기념관'에는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 파병된 북한군 전사자만 안치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통일부의 발언과 실제 추모벽에 기록된 이름을 종합하면 쿠르스크 지역에 파병된 북한군 전사자 규모는 약 2300명 안팎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은 27일, 북한이 '해외군사작전 전투위훈기념관'을 완공하고 쿠르스크 작전 1주년에 맞춰 대규모 준공식을 열었다고 밝혔다. 전날 진행된 이 준공식에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국무위원장과 러시아 고위 인사들이 참석했다.

러시아 파병 북한군 약 2300명 사망 추정
BBC가 위성사진과 북한이 공개한 이미지를 분석한 결과, 기념관에는 세 가지 요소가 확인된다. 전사자의 이름이 새겨진 추모벽, 기념관 인근에 조성된 묘지, 그리고 내부에 설치된 것으로 보이는 납골시설이다.
먼저 기념관에는 두 개의 추모벽으로 추정되는 구조물이 마주 보고 설치돼 있으며, 각 벽에는 이름이 촘촘하게 새겨져 있다.
공개된 사진에 따르면 대형 추모벽은 한 면에 약 8행 144열로 구성된 것으로 보이며, 약 1152명의 이름이 새겨져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를 바탕으로 두 개의 추모벽에 새겨진 전체 이름 수는 약 2304명 안팎에 이를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만 고해상도 사진 확보가 어렵다는 점에서 정확한 숫자를 산정하기는 어렵다.
정성학 한반도안보전략연구원 영상분석센터장은 BBC에 대형 추모벽에 "깨알 같은 글씨로 전사자 이름이 빼곡히 적혀 있는데, 면적과 글자 밀도를 고려하면 이곳에 기록된 인원은 최소 수천 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진단했다.
묘지는 약 270기… '계층화된 추모 체계'

위성사진에 따르면 추모벽의 길이는 약 30m에 달하며 추모벽과 묘지, 기념관 등을 포함한 전체 부지 규모는 약 52km²로 파악된다.
한국 위성사진 업체 'SI 애널리틱스(SI Analytics)'가 BBC에 제공한 위성사진에 따르면 기념관 인근 묘지가 확인된다. 좌우로 나뉜 구역에 각각 140기와 138기, 총 270여 기의 묘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해당 시설은 2025년 10월 착공해 약 6개월 만에 완공된 것으로 보인다. 불과 6개월 전만 해도 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선 공터였던 곳으로 12월 이후 벌목과 기초 공사가 진행된 모습이 위성 사진으로 드러났다.
또 올해 1월부터 건물 골조가 드러나기 시작해 3월에는 외형이 대부분 완성된 모습이 포착됐으며, 최근 지난 22일에는 조경과 주변 시설까지 정비되며 전체 단지가 완공된 모습이 확인됐다.
SI 애널리틱스는 지난 10일 공개한 보고서에서 파병기념관은 "계층화된 추모 체계를 보여준다"며 "뛰어난 용맹을 보이며 전사한 병력은 야외 개별 묘지와 묘비로 기려지고, 나머지 전사자들은 기념관 내부의 유골함 형태로 집단 추모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진무 전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BBC에 별도로 묘지에 안치된 전사자들은 시신이 수습된 경우나 고위급 장교, 혹은 자폭 등으로 특별한 공로가 인정된 북한군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기념관 내부에는 다수의 납골함이 안치된 공간이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정확한 수치를 산출하기는 어렵다. 다만 구조와 규모를 고려할 때 상당한 수의 유해를 수용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 센터장은 "기념관이 3층 건물이고, 사무 공간과 전시 공간을 빼더라도 실내 안치소에는 최소 1000기 이상의 납골함 안치가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를 종합하면 북한군 전사자 수는 최소 2300명 혹은 그 이상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는 앞서 한국 국가정보원이 추산한 수치와도 유사한 수준이다.
국정원은 지난해 9월,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 가운데 사망자 2000여 명을 포함해 4700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또 지난 2월에는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 만 여명의 북한 전투병과 건설 임무를 맡은 공병 1000여명이 파병됐고, 이 중 약 6000명이 사망 또는 부상당했다고 국회에 보고한 바 있다.
북한과 러시아의 공식 입장 부재로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규모와 범위는 명확히 확인되지 않고 있다.

북한군은 쿠르스크 지역에만 투입됐나?
지금까지 확인된 내용에 따르면 북한군은 러시아 쿠르스크 전선에 투입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진무 책임연구위원은 북한군이 쿠르스크 전선에 집중 투입된 배경으로 북러 간 '상호방위조약' 협정을 지목했다.
상호방위조약은 체결 당사국 간 어느 한쪽이 외부로부터 무력 공격을 받았을 경우 이를 공동의 위협으로 간주하고 군사적으로 지원하는 등 공동으로 대응하는 국가 간의 조약이다.
김 책임연구위원은 "우크라이나가 쿠르스크를 침략했기 때문에 조약이 가동됐다"고 덧붙였다.
북한과 러시아는 2024년,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협정'을 체결한 바 있다. 이 조약에는 어느 한쪽이 무력 침공을 받아 전쟁 상태에 처하면 상대에게 지체 없이 군사적 원조를 제공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모든 전사자의 이름이 추모벽에 포함됐나?
한편, 이번 기념관에 조성된 추모벽이 실제 전사자 전체를 반영하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추모벽에 전사자 전원이 아닌 일부만 공개했을 가능성이 있냐는 BBC의 질의에 통일부는 "확인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다만 김 책임연구위원은 러시아 파병 북한군 전사자 모두의 이름이 포함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김 책임연구위원은 북한은 파병기념관 건설을 통해 "체제 결속을 강화하고, 충성심을 고취하고자 하는데 일부는 이름을 새기지 않으면 김정은 (위원장)의 본래 의도와 달라 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한범 한국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BBC에 "대규모 파병과 대규모 희생은 처음이기 때문에 파병의 정당성 확보" 차원에서 해외 파병 전사자를 공개적으로 기념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북한은 러시아 참전군인과 유족을 위해 평양 화성지구 '새별거리'에 2500가구 규모의 주택단지를 건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I 애널리틱스는 파병 군인들의 가족에게 고급 주택을 제공하고 대대적인 파병기념관 준공식을 진행하는 것을 "파병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해외 군사작전을 상시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를 "내부 결속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해석했다.
그래픽: 동아시아 비주얼 저널리즘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