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밝힌 한국 역대 최대 예산안…어디에 얼마나 쓰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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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 김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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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가 내년도 예산을 역대 최대인 820조9000억원으로 편성했다. 올해 본예산보다 93조원 늘었고, 10년 전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커진 규모다.
반도체 호황으로 세금이 더 걷힐 것이라는 전망을 바탕으로, AI·반도체 투자와 결혼·출산·주거 등 민생 지원을 함께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모두의 성장'을 위한 예산이라고 강조했지만, 여야는 각각 '미래를 위한 투자'와 '재정 부담을 키우는 지출'이라는 상반된 평가를 내놨다.
내년도 예산, 얼마나 늘어났나
이 대통령은 2일 국회에서 열린 2027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내년도 총지출을 올해보다 12.8% 늘어난 820조9000억원으로 편성했다고 밝혔다.
기존 최대였던 올해 본예산 727조9000억원보다 93조원 많다. 한 해 정부 지출이 800조원을 넘어서는 것은 처음이다.
10년 전인 2017년 한국의 본예산은 400조5000억원이었다. 당시 처음으로 400조원을 넘어섰는데, 내년도 예산안은 그보다 약 2.05배 큰 규모다. 물가 상승을 반영하지 않은 금액 기준으로 10년 만에 두 배 이상 늘어나는 셈이다.
다만 내년도 증가율 12.8%는 올해 추가경정예산까지 포함한 지출이 아닌 본예산을 기준으로 한 수치다.
이 대통령은 이번 예산안을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미래선점 예산'이자, 국가의 성장을 국민의 성장으로 이어가는 '성장확산 예산'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 경제가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불평등과 양극화의 그늘은 여전히 짙다고 말했다. 특정 지역과 계층, 소수 기업에 집중된 성장의 기회와 성과를 모든 지역과 국민이 고르게 누리는 '모두의 성장'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날 약 27분간 진행된 연설에서 민주당 의원들은 약 30차례 박수를 보내며 호응했다. 반면 국민의힘 의원들은 노트북에 '사법부 겁박 중단' 등의 문구가 적힌 팻말을 붙인 채 연설을 지켜봤다.
예산안은 앞으로 국회 심의를 거쳐 확정된다.
쓸 돈은 어디서 마련하나?
대규모 지출 확대의 배경에는 반도체 호황에 따른 세수 증가 전망이 있다.
정부는 내년도 국세수입을 584조4000억원으로 예상했다. 올해 본예산보다 194조2000억원 늘어난 규모다. 반도체 기업 등의 실적 개선에 따라 법인세와 소득세가 크게 증가할 것이라는 계산이다.
사회보장성기금 수입 등 세외수입까지 포함한 내년도 총수입 전망은 880조8000억원이다. 올해 본예산보다 수입은 205조6000억원, 지출은 93조원 늘어나는 구조다.
다만 이는 이미 확보한 돈이 아니라 내년에 걷힐 것으로 예상하는 수입으로, 실제 기업 실적과 경기 흐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 대통령은 늘어나는 세수를 활용할 미래대응기금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추가 세수를 청년과 미래 성장동력, 지방, 교육·인재 등 네 분야에 집중 투자해 격차를 줄이고 성장 기반을 다지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내년 내국세 수입 가운데 최근 10년의 증가 추세를 웃도는 추가 세수를 바탕으로 162조3000억원 규모의 기금을 조성할 계획이다.
이 가운데 45조4000억원은 네 분야의 투자에 쓰고, 12조5000억원은 국채 신규 발행 물량을 줄이는 데 활용한다. 나머지 104조4000억원은 향후 세수 부족 등에 대비한 여유자금으로 남겨둘 계획이다.
이 대통령은 미래대응기금을 세수 변동에 대응하는 재정안정 장치라고 설명했다. 세금이 많이 걷힐 때 일부를 쌓아뒀다가 수입이 부족해질 때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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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채 발행을 설명하는 과정에서는 야당 의원들의 항의로 연설이 잠시 중단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이 발행한 국채 대부분을 기존 국채 상환에 사용해 순증가분이 거의 없다고 설명하자, 국민의힘 의원석에서는 "왜 신규 국채를 발행합니까"라는 항의가 나왔다.
이 대통령은 "말씀하실 게 있으면 하시고 제가 마저 하도록 하겠다"며 발언을 멈췄다. 이후 "재판 재개하라"는 외침도 이어지자, 특별한 의견을 달라며 연설을 계속해도 되는지 물었다. 민주당 의원들이 "네"라고 답하자 연설을 이어갔다.
이 대통령 '미래를 위해 투자하는 게 맞다'
이 대통령은 연설에 앞서 열린 국회 사전환담에서도 늘어난 재원을 미래 투자에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늘어난 재정을 빚 갚는 데 써야 한다는 국민의힘의 주장에 "일면 타당성이 있다"면서도 "미래를 내다봤을 때 지속 성장의 토대를 갖추는 데 유용하면 미래를 위해 투자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시정연설에서는 성장과 분배를 양자택일의 문제로 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일자리와 서민금융, 주거 안정 정책을 '3대 민생 프로젝트'로 제시하며, 사회적 격차를 줄이는 정책이 미래산업 투자의 효과를 높일 기반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이들 정책이 사각지대 없는 사회적 보호 체계를 마련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다지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사회적 격차를 줄이기 위한 민생 지원 방안으로 결혼과 출산, 육아 지원 확대를 제시했다.
신혼부부에게 혼인지원금 100만원을 지급하고, 출산 가정에는 최대 2000만원의 '아이맞이지원금'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아동수당과 부모급여를 통합한 아동기본수당을 도입해 12세까지 매달 기본 20만원, 우대 지역에는 30만원을 지급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주요 사회보장급여는 별도로 신청하지 않아도 자격이 있는 사람이 받을 수 있도록 바꾸겠다고 밝혔다. 생계급여 등 주요 급여와 기초연금도 인상하겠다고 말했다.
청년 주거 지원을 위해서는 공적임대주택을 10만6000호로 늘리고, 지방 국립대 30곳의 등록금을 전액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지원 방안으로는 지역사랑상품권 25조6000억원과 온누리상품권 4조5000억원 발행 계획을 소개했다. 이는 상품권 발행액으로, 정부가 부담하는 예산액과는 구분된다.
AI·반도체 투자 두 배 가까이 늘려
미래산업 분야에서는 인공지능(AI)와 반도체 등에 대한 투자를 대폭 늘리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반도체와 피지컬 AI, AI 데이터센터 등 '3대 메가프로젝트'와 AI에 올해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난 21조3000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말했다.
피지컬 AI는 로봇처럼 실제 물리적 환경에서 움직이고 작업을 수행하는 인공지능을 뜻한다.
이 대통령은 반도체 이후 한국 경제를 이끌 차세대 성장동력도 확보하겠다고 강조했다.
연구개발(R&D) 예산은 올해보다 4조원 늘어난 39조5000억원으로 편성했다고 밝혔다. 미래선도 기술을 중심으로 투자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에너지 전환에도 속도를 내겠다고 말했다.
주민들이 태양광 발전 수익을 공유하는 '햇빛소득마을' 확산 등 재생에너지 확대에 2조8000억원을 투자하고, 전기차 보조금 지원 대상을 43만대로 늘리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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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간 격차를 줄이기 위한 공공기관 이전 계획도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수도권 중앙행정기관 44개를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세종으로 이전하고, 수도권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도 연내에 계획을 확정해 내년부터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성장엔진특별보조금을 신설하고, 전국을 5개 초광역권과 3개 특별자치도로 나누는 '5극 3특' 구상에 따라 권역별 성장거점을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번 예산안을 편성하면서 과감하게 투자하되 비효율적인 지출은 줄이고, 세금 감면보다 직접적인 재정 지원을 우선하며, 지방을 우대한다는 원칙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국방 예산은 올해보다 8.2% 늘어난 73조3000억원으로 편성했다.
이 대통령은 전시작전통제권 조기 환수에 필요한 전력과 핵추진잠수함, 한국형 전투기 KF-21 등 핵심 전력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AI와 로봇, 드론을 활용한 유·무인 복합체계를 구축하는 등 군 전력 개편도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세계정세와 경제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며 정부와 국회, 여야의 협력을 당부했다.
그는 "관건은 실행과 속도"라며 내년도 예산안과 부수 법안을 법정기한인 12월 2일까지 처리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심의 과정에서 열린 자세로 경청하고 더 나은 대안은 적극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여당 "미래 선점 예산"…야당 "재정 도박"
한편 시정연설에 대한 여야의 평가는 엇갈렸다.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대체 불가, 세계 선도 국가 대한민국을 만들어갈 미래 선점 예산안"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성장의 성과가 국민 일상으로 이어지는 민생경제 회복에 초점을 맞춰 예산을 심사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대한민국 미래를 판돈으로 내건 무책임한 재정 도박 선언"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내년도 국가채무가 1500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며 재정 부담을 지적하고, 미래대응기금이 정권의 선심성 지출을 위한 기금이라고 주장했다.
본회의장에서도 여야의 상반된 반응은 연설이 끝날 때까지 이어졌다.
일부 국민의힘 의원은 연설 도중 본회의장을 떠났고, 연설 종료 후에는 조경태 의원을 제외한 국민의힘 의원들이 모두 퇴장했다.
민주당 의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보내고 이 대통령과 악수하거나 함께 사진을 찍는 가운데, 조 의원은 자리를 지키고 있다가 이 대통령과 인사를 나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