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를 닮은 내구성 좋은 인공 고관절을 위해 물리학 한계에 도전하는 과학자들

내구성 좋은 인공 고관절을 촬영한 사진으로 추정된다

사진 출처,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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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으로 설계한 신소재 덕에 인공 고관절의 내구성이 향상되어 골절 치료 효과가 크게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아미르 자드포르 교수는 수 년 전부터 독특한 신소재를 찾고 있었다. 잡아당기면 오히려 두꺼워지면서 뼈처럼 단단한 물질이 필요했던 것이다.

이는 물리학적으로 실현 불가능해 보였다. 고무줄을 양끝에서 잡아당긴다고 생각해보자. 고무줄은 늘어나면서 점점 가늘어질 것이다. 그런데 네덜란드 레이던 대학교 의대 정형외과 교수인 자드포르와 그의 연구팀은 정확히 그 반대로 작동하는 물질을 원했다. 이는 거의 물리학 법칙을 거슬러야만 가능한 일이었다.

연구팀이 이러한 물질을 찾으려 했던 이유는 고관절 때문이었다. 인공 고관절 치환술은 전 세계적으로 많이 시행되는 정형외과 수술이다. 문제는 인공 고관절을 넣은 사람들이 연간 약 200만 보를 걷는다는 점이다. 걸을 때마다 이식물에 가해지는 하중은 인공 고관절을 서서히 마모시킨다. 때문에 10년 이상 사용하면 이식물을 교체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자드포르 연구팀은 잡아당겼을 때 정반대로 반응하는 두 가지 신소재를 이식물 지지대 양쪽에 배치해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한쪽에는 압축되면 두꺼워지는 소재를, 다른 쪽에는 잡아당기면 두꺼워지는 소재를 두려고 했던 것이다. 이 방식은 관절이 압박을 받을 때 허벅지 뼈(대퇴골)에 가해지는 충격을 완화해주고, 이식물이 뼈에 단단히 고정되도록 도와준다.

자드포르 교수는 "그렇게 하면 뼈와 이식물을 한층 강하게 결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들이 진행한 모든 연구 역시 이 방식이 효과가 있을 것이라 전망했다. 하지만 걸림돌이 있었다. 잡아당겼을 때 두꺼워지는 물질은 '오제틱(auxetic) 소재'라고 불리는데, 현재까지 알려진 몇 안 되는 오제틱 소재들은 대체로 부드럽고 유연한 것들이다. 그래서 이 소재들은 보통 헬멧이나 무릎 보호대 등에 사용된다.

자드포르 교수는 "우리는 신체 하중을 견뎌낼 수 있는 강력한 강도까지 갖춘 오제틱 물질을 찾으려고 했다"고 말했다. "엄청난 난제였습니다."

연구팀은 AI로 눈을 돌렸다. 다양한 물질이 어떻게 작동할지 예측하도록 훈련된 AI에 그들이 원하는 성질들을 입력했다. 그러자 AI는 "메타물질(metamaterial)"로 알려진 것의 설계도를 내놓았다. 메타물질이란 미세 구조를 변형해 새로운 성질을 갖게 할 수 있는 물질을 말한다.

자드포르 연구팀의 연구는 과학자들이 한때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물질들을 만들어 내기 위해 점점 더 AI를 많이 활용하는 상황을 보여주는 한 사례다. 이러한 방식은 특히 생체 조직의 특성을 본뜨려는 연구자들에게 특히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

자드포르 교수는 "머신러닝을 이용하면 (물질을 설계하는 과정을) 수십, 수백 배 더 빠르게 할 수 있다"며 "덕분에 원하는 것을 찾기 위해 수천 개에서 수백만 개에 달하는 구조를 탐색할 수 있다"고 말했다.

메타물질은 내부 구조에 따라 다양한 특성을 갖도록 설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특정 주파수의 소리가 가해질 때 고체의 성질을 가질 수도 있고 액체의 성질을 띨 수도 있다. 하지만 물리학에 기반한 방법이나 시뮬레이션에만 의존할 때는, 원하는 특성을 만들어낼 수 있는 내부 구조를 찾아내는 것이 까다롭다.

인공 고관절에 메타물질을 사용하면 결합 상태도 좋아지고 인공 고관절의 수명도 늘어날 수 있다

사진 출처, Amir A Zadpoor/ TU Delft

사진 설명, 인공 고관절에 메타물질을 사용하면 결합 상태도 좋아지고 인공 고관절의 수명도 늘어날 수 있다

네덜란드 델프트 공과대학교 재료공학과 교수인 시드 쿠마르에 따르면, 새로운 물질 설계도를 생성하도록 AI 모델을 개발하고 훈련하는 데는 약 1년 정도가 걸린다. 하지만 일단 시스템이 구축되고 나면, 구현 가능한 설계도를 실제로 만드는 데는 불과 몇 분, 혹은 몇 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한편, 쿠마르 교수가 동료들과 함께 AI로 새로운 메타물질을 고안해 내기도 했다. 이 메타물질은 노인들에게 흔히 발생하는 복합 골절을 치료하기 위한 부드러운 인공 뼈에 쓰일 수 있다. 현재 복합 골절 치료에는 주로 티타늄이나 강철로 만든 금속판, 나사, 고정 막대(로드) 등이 사용된다. 그러나 이러한 금속 주변에 있는 뼈가 항상 잘 붙거나 아무는 것은 아니다. 그 결과 이식물이 뼈와 제대로 결합하지 못해, 해당 부위가 약한 상태로 남기도 한다.

쿠마르 연구진은 구조적 지지력을 가지면서도 보다 부드러운 성질을 지닌 물질이 있다면, 골절 치유 초기 단계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부드러운 인체 조직을 보다 쉽게 모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에 그들은 격자 모양의 미세 구조를 갖고 있으면서도 폴리머나 하이드로겔처럼 유연한 특성도 함께 지닌 메타물질을 찾으려 했다. 구멍이 뚫린 얇은 원형 밴드 형태로 디자인될 수 있는 이 부드러운 물질을 골절 부위에 얹으면, 살아있는 세포들이 그 안으로 침투해 번식하면서 뼈와 하나로 결합될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연구팀의 일원이자 스위스 취리히 연방 공과대학교의 생체재료공학과 교수인 친 샤오화는 "골절 치유의 초기 단계가 치료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말했다.

다공성 구조를 가진 젤리 형태의 이식물은 뼈 세포가 그 구조 내부로 스며들어 결합할 수 있게 함으로써 골절 치유를 촉진할 수 있다

사진 출처, Xiao-Hua Qin/ ETH Zurich

사진 설명, 다공성 구조를 가진 젤리 형태의 이식물은 뼈 세포가 그 구조 내부로 스며들어 결합할 수 있게 함으로써 골절 치유를 촉진할 수 있다

골절 치료에 사용되는 금속 이식물은 실제 뼈보다 충격 회복력이 크기 때문에, 외부에서 가해지는 힘을 대부분 흡수해 버린다. 이로 인해 금속 이식물 주변에 형성되는 뼈는 자극을 받지 못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뼈가 괴사하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쿠마르 연구팀이 팔다리에 있는 긴 뼈의 관절 끝부분에서 볼 수 있는 것과 동일한 형태 및 특성을 지닌 메타물질을 찾으려 했던 것은 이 때문이다. 관절 끝 부위의 내부에 있는 뼈는 '해면골(trabecular bone)'로 알려져 있는데, 벌집 같은 구조에 구멍이 많아서 강한 힘과 충격을 잘 흡수한다.

이후 쿠마르 교수와 동료들은 연구를 통해 다공질 뼈의 주요 특징 몇 가지를 가진 '스피노도이드(spinodoids)'라고 불리는 새로운 메타물질을 고안했다. 인체의 뼈나 스피노도이드 모두 약간 불규칙한 형태의 격자 모양 내부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 격자들이 어느 방향을 향하고 있느냐에 따라 강도와 강성(단단함)의 수준이 다양하게 결정된다.

대퇴골의 강도처럼 연구진이 추구하는 특성들을 머신러닝 알고리즘 모델에 입력함으로써, 쿠마르 교수 연구팀은 인간의 뼈와 매우 유사한 스피노도이드 설계도를 생성해 낼 수 있었다. 연구진은 뼈의 다공성 내부 구조뿐만 아니라 곡률(휜 정도), 그리고 힘이 가해졌을 때 뼈가 어떻게 반응하고 작동하는지까지 모방할 수 있었다.

이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델프트 공과대학교의 생체의학공학 교수 모하메드 미르자알리는 "이식물의 한쪽 부위는 더 단단해야 하는 반면에 다른 부위는 구멍이 많아서 뼈 조직이 자라면서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촉진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이 연구 성과는 중요하다"고 말했다.

쿠마르 연구팀은 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해 실제로 이 설계대로 물질을 만들 수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 연구팀의 다음 과제는 이 물질을 인체에 이식했을 때 어떻게 작동하고 견뎌내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큰 뼈의 관절 끝부분은 다공성 구조로 되어 있어, 뼈에 강도를 더해줄 뿐만 아니라 무게를 가볍게 유지하고 충격을 흡수할 수 있게 해준다

사진 출처, Getty Images

사진 설명, 큰 뼈의 관절 끝부분은 다공성 구조로 되어 있어, 뼈에 강도를 더해줄 뿐만 아니라 무게를 가볍게 유지하고 충격을 흡수할 수 있게 해준다

쿠마르 교수는 "어쩌면 몇 년 뒤에는 실제 뼈를 모방한 인공 뼈 이식재를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자드포르 연구팀 역시 고관절 이식재에 쓰일, 실현 불가능해 보였던 메타물질을 찾기 위한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연구팀은 이 물질이 갖춰야 할 특성 목록을 추가했는데, 바로 압박을 받아도 오래 견딜 수 있는 내구성과 환자마다 다른 고관절 공간에 맞춰 조절할 수 있는 가변성이다.

자드포르 연구팀은 그들의 수많은 요구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세 가지의 서로 다른 머신러닝 모델을 결합하여 적합한 메타물질을 모색했다. 그리고 뼈 이식재로 사용하기에 적합한 여러 가지 오제틱(auxetic, 음의 포아송비를 가진) 메타물질 디자인을 도출해 낼 수 있었다. 자드포르 교수는 이 작업의 복잡성을 고려할 때, AI가 없었다면 이러한 성과를 내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드포르 교수는 앞으로 머신러닝을 활용하면 환자의 해부학적 구조에 딱 맞춘 개별 뼈 이식재를 제작하는 것까지 가능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이식재의 수명도 더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AI는 또한 수술 범위를 줄이기 위해 작은 절개창을 통해 삽입할 수 있는 뼈 이식재를 만드는 데도 쓰일 수 있다. 몸 속으로 밀어 넣을 때는 압축된 상태였다가, 목표 부위에 자리를 잡으면 체내에서 팽창하여 결손 부위를 채우도록 이식재를 설계하는 것이다. 최근 쿠마르 연구팀은 모든 방향으로 동시에 팽창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전류에 반응하여 특정 방식으로 형태가 변하도록 프로그래밍할 수 있는 AI 설계 메타물질을 공개했다. 비록 이 물질이 뼈를 모방하기 위해 고안된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어떤 일이 가능할지에 대한 잠재력을 보여주었다.

미르자알리 교수는 "변형 가능한 이식재 역시 매우 흥미로운 분야"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