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세계 해상 물류 요충지 '말라카 해협'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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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 루이스 바루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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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핵심 해상 수송로 중 하나인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가 계속되는 가운데, 또 다른 주요 무역로에 국제사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바로 말라카 해협이다.
동남아시아에 자리한 이 해협은 인도네시아가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과 국방 양해각서를 체결하는 한편, 미국이 인도네시아 영공 비행을 포괄적으로 허가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히며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다만 인도네시아 외무장관은 자국 영공 비행 허가 여부는 현재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로 인해 전 세계 지정학 판도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말라카 해협은 무엇이며, 왜 중요한 것일까?
세계적 요충지

미국 일리노이 대학교 어바나-샴페인 캠퍼스의 박사 과정생이자, 말라카 해협에서 발생한 해상 사건에 대해 연구하는 아지파 아스트리나는 "말라카 해협은 인도양과 태평양을 잇는 효율적인 최단 해상로이기에 중동, 유럽, 동아시아 간 무역에 필수적인 통로"라고 말한다.
"말라카 해협은 전 세계 무역량의 약 3분의 1이 지나는 남중국해와 직접 연결된다"는 설명이다.
말라카 해협의 가장 좁은 지점인, 싱가포르 인근 필립스 채널은 그 폭이 약 2.8km에 불과하다.
'미국 에너지관리청(EIA)'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기준 말라카 해협을 지나는 원유는 하루 2320만 배럴로, 전 세계 해상 원유 수송량의 약 29%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액화천연가스(LNG) 수송량도 하루 약 2억6000만㎥에 달했다.
영국 리즈 대학교에서 지속 가능한 화물 운송 및 물류를 연구하는 고카이 발치 교수는 말라카 해협이 전 세계 "전자제품, 소비재, 산업재, 기계류, 자동차"의 핵심 통과 지점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전 세계 자동차 무역량의 약 25%가 이곳을 통과하며, 곡물이나 대두와 같은 건화물도 이 해협을 통해 운송된다"는 설명이다.
또한 발치 교수는 "지리적 특성, 에너지 의존도, 물동량, 상품의 다양성 등을 고려하면 말라카와 호르무즈 해협은 다르다"면서 "호르무즈 해협 역시 주요 무역 통로이지만, 말라카 해협만큼 중요한 환적 중심지는 아니다. 또한 말라카 해협의 중요성은 에너지뿐만 아니라 훨씬 더 광범위한 상품을 아우른다"고 덧붙였다.
아스트리나 역시 "말라카 해협은 세계 경제의 핵심 동맥 중 하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한편 해적 행위는 여전히 지속적인 우려 요소다. 싱가포르 소재 'ReCAAP 정보 공유 센터'에 따르면 2025년 말라카 해협과 싱가포르 해협에서 보고된 해상 강도 사건은 108건으로, 2007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한 말라카 해협은 쓰나미, 화산 활동과 같은 자연재해에도 노출돼 있다. 일례로 2004년 12월 대형 쓰나미가 발생하며 해협 남쪽 입구의 해안 기반시설이 큰 피해를 본 바 있다.
이곳이 중요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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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말라카 해협이 전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뿐 아니라 고조되는 지정학적 긴장 때문에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발치 교수는 "중국-미국 또는 중국-인도 간의 역내 해상 패권 다툼으로 긴장이 고조되면 이 해협 통행에 심각한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스트리나는 미군의 인도네시아 영공 접근 확대 가능성만으로도 장기적인 파장이 있을 수 있다고 말한다. "비록 당장 무역에 지장을 주지는 않더라도, 구조적인 측면에서 잠재적인 불안 요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스트리나의 연구에 따르면 현재 말라카 해협의 안보 구조는 강대국 간의 경쟁을 관리하도록 설계돼 있지 않다. "해협의 안보 체계는 강대국 간의 경쟁이 아니라 해적 행위나 밀수, 해상 범죄와 같은 비전통적인 위협에 대응하고자 설계됐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미국과 같은 강대국이 작전 범위를 확대할 경우, 기존 체계가 감당할 수 없는 안보 환경이 형성될 수 있습니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큰 혼란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는 주장이다.
"상업 운송이 차질을 빚을 거라고는 예상하지 않습니다. 무역 흐름을 유지해야 할 유인이 매우 강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스트리나는 앞으로 더 큰 위험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본다.
"장기적인 긴장 고조 가능성이 우려됩니다. 만약 중국이 이를 주요 해상 요충지 인근에서의 미국의 감시 강화나 전략적 배치로 해석할 경우, 무역 흐름을 직접적으로 방해하지는 않더라도, 해당 지역과 주변에서 자신들도 영향력 확대에 나설 가능성이 있습니다."
"바로 이 부분이 위협적입니다. 협력적이고 법 집행 중심적이던 안보 환경이 경쟁적이고 군사화된 환경으로 점차 변해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그는 직접적인 충돌이 없더라도 이러한 변화는 파급력을 미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세계 무역에 미치는 간접적이지만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예를 들어, (항로 이용 관련) 보험료가 인상되거나, 위험에 대한 인식이 커지거나, 세계 경제가 크게 의존하는 항로의 변동성이 증가할 수 있습니다."
또한 아스트리나는 인도네시아의 역할을 지나치게 협소하게 바라봐서도 안 된다고 경고했다.
"인도네시아가 어느 한쪽에 서는 문제로 판단해버리면 안된다"는 것이다.
"인도네시아는 미국과의 협력을 심화하는 동시에 중국과 긴밀한 경제적 유대를 유지하고, 러시아와 같은 다른 국가와도 관계를 맺는 등 균형 전략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동맹 구축의 문제라기보다는, 역사적으로 모두가 공유하는 세계 주요 무역로였던 이 영역에 강대국 경쟁이 진입하고 있다는 맥락에서 바라봐야 합니다."
'말라카의 딜레마'
지난 2003년, 후진타오 당시 중국 주석은 자국이 말라카 해협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상황을 묘사하며 '말라카의 딜레마'라는 용어를 사용한 바 있다.
EIA와 국제전략연구소(CSIS) '차이나파워 프로젝트' 자료에 따르면, 중국 석유 수입의 약 4분의 3이, 해상 무역 가치 기준으로는 약 60%가 말라카 해협과 인접한 남중국해를 지난다.
다만 발치 교수는 "하지만 중국뿐만이 아니다. 일본과 한국 역시 에너지 측면에서 말라카 해협에 크게 의존한다. 이들 국가의 원유 수입량의 약 90%가 이 해협을 통과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세계에서 2번째로 많이 붐비는 컨테이너 항구를 보유한 국가이자 주요 선박 급유 중심지인 싱가포르에도 말라카 해협이 매우 중요하다고 한다.
아스트리나는 중국의 말라카 해협 의존도 축소는 단기적으로는 현실적이지 않다고 말한다.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중국이 말라카 항구 의존도를 의미 있게 줄일 현실적인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육상 파이프라인이나 대체 운송 경로 마련이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말라카 해협을 대체할 규모는 아닙니다."
발치 교수도 이에 동의하며, 가장 현실적인 대체 경로 2곳을 꼽았다. 마찬가지로 인도네시아 해역에 자리한 순다 해협(자바섬과 수마트라섬을 사이)과 롬복 해협(소순다 열도의 발리섬과 롬복섬 사이)이다.
그 외 호주 북부와 파푸아뉴기니 사이 토레스 해협은 "산호초가 많으며, 수심이 얕고 민감한 해협이라 대형 상선이 항해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그렇다고 호주 남부를 우회하는 경로에는 "너무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제약 속에서 아스트리나는 중국이 자신들의 취약성을 아예 제거하기보다는 관리하는 데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중국의 핵심 과제는 의존도 감소가 아닌 어떻게 자신들이 그 의존성을 관리하느냐입니다."
"그렇기에 중국은 단순한 경로 다변화에 그치지 않고, 특히 남중국해 및 주요 해상 항로 전반에서 자신들의 영향력과 입지를 확대하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