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양원, '전쟁 권한 결의안' 통과 … 트럼프의 이란 전쟁 비판

지난 17일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에 도착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 출처, AFP via Getty Images

    • 기자, 사린 하베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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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공화당이 다수당인 미국 상원이 23일(현지시간) 사상 처음으로 전쟁 권한 결의안을 가결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란과의 전쟁을 중단하거나, 군사 행동을 계속하기 전에 의회의 승인을 받도록 요구하는 내용이다.

이달 초 미 하원을 통과한 해당 결의안은 소수의 공화당 의원이 민주당과 뜻을 같이하면서 이날 상원 표결에서 50대 48로 승인됐다.

그러나 의회 양원을 모두 통과하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출돼 심의를 거치지 않으며 법적 구속력도 없기에 대체로 상징적인 성격이 강하다.

이 결의안은 대중의 지지를 얻지 못한 이번 전쟁이 5개월째 접어들면서 의회 내 공화당 의원들이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 합의한 평화 계획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는 가운데 통과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23일) 밤 해당 결의안에 대해 "시기도 부적절하고 무의미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자신의 SNS 플랫폼 '트루스 소셜'을 통해 "내가 이란을 밀어붙여 이란은 곧 무너질 위기에 처했는데 … 상원은 시기가 부적절하고 무의미한 이 '전쟁 권한 결의안' 표결을 하기로 결정했다"고 적었다.

"상원의원들은 방금 내 일을 더 어렵게 만들었지만, 나는 어떻게든 해낼 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항상 해내니까!"

1973년 전쟁 권한 결의안이 제정된 이래, 의회 양원 모두 대통령에게 군사 행동 중단을 요구하는 합동(concurrent) 결의안을 승인한 최초의 사례다.

합동 결의안은 대통령의 서명을 거쳐 법으로 제정되는 다른 형태의 법안과 달리, 의회의 의견이나 의지를 표명하는 방식이다.

지난 2019년, 트럼프 대통령은 예멘 내전에서 미군의 철수를 요구한 공동(joint) 결의안에 대해서는 거부권을 행사한 바 있다.

중동 분석가인 로라 블루멘펠드는 이번 합동 결의안에 대해 "법적 구속력이 없기에 수갑을 채웠다기보다는 손등을 가볍게 때리는 정도에 불과하다"고 비유했다.

그러나 블루멘펠드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 결의안은 결국 미국 국민의 정서"를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결의안이 통과되며 휘발유 가격이 급등하며 대중의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는 이란 전쟁을 종식하라는 백악관에 대한 압박은 더 커지게 됐다.

이 결의안은 이달 초 미국 하원에서도 통과됐는데, 당시 공화당 의원 4명이 민주당 의원 전원과 함께 찬성표를 던지며 215대 208로 가결됐다.

그러나 한 백악관 관계자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4월 7일 휴전 합의가 이루어진 만큼, 미군을 철수할 만큼의 적대 행위는 더 이상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 결의안은 미치 매코널과 데이브 맥코믹 등 공화당 소속 상원의원 2명이 결석했기 때문에 상원을 통과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표결에는 랜드 폴(켄터키), 리사 머카우스키(알래스카), 수잔 콜린스(메인), 빌 캐시디(루이지애나) 등 공화당 상원의원 4명이 민주당과 함께 이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반면 민주당 소속인 존 페터먼(펜실베이니아) 상원의원은 당내에서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졌다.

이는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여당인 공화당원들 사이에서 분열이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가장 최근의 신호다. 현재 공화당은 의회 양원에서 근소한 차이로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지만, 이번 중간선거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다.

실제로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18억달러(약 2조7000억원) 규모의 이른바 '무기화 방지' 기금 조성 계획은 거부하고, 우크라이나 지원안은 승인하는 등 최근 트럼프 대통령에 저항하고 있다.

23일 표결은 전쟁 발발 이후 상원 민주당이 전쟁 권한 표결을 강행한 10번째 사례였다.

이날 국방부는 의회에 약 800억달러를 요청했는데, 대부분 이란과의 전쟁 비용을 충당하기 위한 자금이다.

연방법에 따르면 군사 작전을 60일 이상 지속하려면 의회의 승인이 필요하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은 2월 28일에 시작됐으나, 트럼프 행정부는 4월의 휴전으로 이 시한이 재설정된다고 주장해왔다.

아울러 백악관은 국가 안보를 이유로 기한을 30일 더 연장할 수 있다.

현재 미국과 이란은 지난주 양국 대통령이 서명한 양해각서(MOU)에 따라 휴전을 지속하고 적대 행위를 종식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 양해각서에 따라 양국은 향후 60일간 이란의 핵 프로그램 폐기를 위한 포괄적인 합의를 도출하고자 협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