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갱도, 불법 고용 노동자'...중국 탄광 폭발 참사, 암울했던 시절을 떠올리게 하다

2010년 3월 29일 중국 북부 산시성 왕자링 탄광의 무너진 갱도 입구에서 동료의 소식을 기다리는 작업자의 모습

사진 출처, Getty Images

사진 설명, 석탄 채굴은 한때 중국에서 매우 위험한 산업 중 하나였다. 그리고 최근 발생한 비극적인 사건에 중국 사회는 다시 그 시절을 떠올린다
    • 기자, 코 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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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석탄 산업의 중심지인 산시성에는 오랫동안 전해져 온 표현이 있다. "더 이상 갈 곳이 없을 때, 비로소 탄광 갱도로 내려가라."

수십 년간 탄광 갱도에서의 삶은 비극과 늘 맞닿아 있었다.

광부들은 가스 폭발, 침수, 갱도 붕괴 등의 공포가 도사리는 지하 터널로 걸어 내려가야만 했고, 비극적인 사고가 너무나도 흔했던 탓에, '목숨을 돈과 맞바꾼다'거나 '내일을 위해 목숨을 내건다'는 표현 등이 생겨났다.

하지만 지난 10년 동안 안전사고를 막기 위한 변화가 이어지면서 죽음의 산업이라 불리던 탄광 업계의 악명도 점차 흐려졌고, 중국 사회 또한 그러한 어두웠던 시절은 이제 과거라고 믿었다.

그러던 지난 5월 22일(현지시간), 산시성 친위안현 소재 류센위 탄광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 해당 참사로 82명이 숨지고 120여 명이 부상을 당했다.

중국이 야심 차게 녹색 에너지로의 전환을 추진하는 가운데 15년 만에 최악의 탄광 사고가 터진 것이다. 이는 중국이 과거 수많은 목숨을 앗아갔던 이 석탄 산업에 대한 의존에서 아직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고이기도 했다.

류센위 탄광에서 2년간 일했던 광부 첸은 "이곳이 메탄 농도가 높은 탄광이라는 건 누구나 알고 있었다"고 했다.

"제 느낌에는 아직 광부들이 안에 갇혀 있을 것 같습니다. 지하 갱도는 복잡하게 얽혀 있고, 숨겨진 채굴 작업장도 있습니다."

첸은 이러한 탄광에서 이런 참사가 발생한 것은 그저 "시간문제"였다고 했다.

'절대 일어나지 말아야 했을 사고'

류센위 탄광에서 추가 생존자를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은 거의 사라진 상태다.

사고 이후 한 생존자는 중국 국영 'CCTV'와의 인터뷰에서 "폭발이 입구 쪽으로 번지면서 우리 모두를 넘어뜨렸다. 먼지가 너무 짙어서 서로 보이지도 않았다"고 전했다.

"10분 넘게 달렸지만 점차 의식이 흐려졌습니다. 정말 무서웠습니다."

당국은 아직 폭발 원인을 확인하지 못했으나, 전문가들은 BBC에 이러한 폭발은 일반적으로 메탄가스나 석탄 먼지가 축적된 상태에서 발화원과 접촉할 때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광산 환경 자체가 본질적으로 위험하기는 하나, 관리 부실이나 안전 시스템의 결함, 규정 위반 등 인적 오류가 가장 결정적인 요인으로 드러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중국 장난대학교 '국가 안보 및 친환경 연구소'의 홍 첸 교수는 제대로 설계된 탄광이라면 탄광은 "체계적인 안전장치를 통해 폭발 사고를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우리가 갖추고 있는 탄광 안전 관리 및 기술 수준을 고려하면, 절대 일어나지 말아야 했을 사고입니다."

지난 23일 발생한 중국 산시성 친위안현 소재 류센위 탄광의 가스 폭발 사고 현장에 투입되는 구조대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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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지난 23일 중국 산시성 친위안현 소재 류센위 탄광에서 발생한 가스 폭발 사고로 최소 82명이 목숨을 잃었다

당국은 초기 조사 결과, 이 민간 탄광을 운영하는 통저우 그룹이 "심각한 불법 행위"를 저질렀다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조사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통저우 그룹은 해당 혐의에 대해 아직 입장을 내놓지 않은 상태이며, 앞서 BBC는 회사 측에 연락을 시도했으나 답변받지 못했다.

관영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 탄광에서는 안전 규정이 번번이 무시된 것으로 드러났다.

현장의 게시판에는 사고 당일 지하 갱도에 있던 노동자 가운데 공식적으로 등록된 인원은 절반에 불과하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으며, 의무적으로 착용해야 하는 위치 추적 장치를 소지하지 않은 채 작업하고 있던 근로자들도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여러 숨겨진 비밀 갱도가 발견되고, 설계도와 실제 갱도 구조가 일치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는데, 이러한 요소들은 구조 작업을 지연시키는 주요 장애물이다.

류센위 탄광에서 일했던 근로자는 중국 언론 '렝산 레코드'와의 인터뷰에서 회사가 승인되지 않은 석탄층에서 불법적으로 채굴하고 있었기에 근로자들은 추적 장치를 소지하고 갱도에 들어갈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추적 장치를 착용하면 불법 채굴 사실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류쉔위 탄광은 이전에도 안전 규정 위반으로 지적받은 전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탄광은 지난 2024년 중국 국가광산안전감찰국에 의해 '심각한 위험'이 있는 탄광으로 지정됐다. 국영 언론 보도에 따르면 그 이듬해 통저우 그룹은 안전 위반으로 2차례 제재를 받았다.

한편 이번 폭발 사고를 수사 중인 당국은 통저우 그룹 경영진을 '통제 조치'하고, 해당 기업이 운영하는 다른 탄광들의 가동도 중단시켰다.

과거 안전을 위한 여러 변화 조치가 이어지면서 중국 석탄 광업의 사망률은 1990년 이후 90% 이상 감소했다. 그러나 첸 교수에 따르면, 이번 참사는 "전반적으로 개선했다고 해서 안심할 수는 없음을"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

달라지는 석탄의 역할

이 비극적인 사건은 중국에서 여전히 매우 중요하면서도 위험한 산업 중 하나인 석탄 산업의 어두운 역사에 다시 떠올리게 한다.

1980년대 중국 경제 개방과 함께 석탄 생산량이 급증했고, 이는 중국 산업화 발전 야망의 초석이 됐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산시성이 있었다. 가장 가치가 높은 석탄 중 하나인 점결탄이 대규모로 매장된 이 지역은 20세기 초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산업 기반도 탄탄했다. 오늘날에도 산시성은 중국 전체 석탄 생산량의 거의 30%를 담당한다.

21세기로 접어들 무렵, 수요가 급증하며 산시성의 석탄 산업은 막대한 이익을 창출했다. 그러나 그 대가로 인한 인명피해도 만만치 않았다. 당시 국영 '신화통신'은 "피로 얼룩진 GDP" 발전이라고 직설적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2010년 3월 29일, 산시성 한 탄광에서 발생한 침수 사고 피해자의 가족이 오열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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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2010년 산시성의 한 탄광에 갇힌 근로자들의 소식을 기다리던 가족이 오열하며 현장에서 대피하고 있다

베이징 소재 인민대학교의 니 후이화 경제학 교수는 2020년 발표한 논문에서 이 지역 탄광 소유주들이 생산성과 수익을 위해 안전하지 않은 작업 관행을 묵인해달라며 공무원들에게 뇌물을 건넸다고 지적했다.

"경제 성장이 사회적 안정보다 더 중요하게 여겨지던 시절, 중앙 정부 또한 이러한 '유착'을 철저히 감시하지 않았다. 그 결과 탄광의 생산량은 증가했지만, 탄광 사고도 함께 늘어났다."

그리고 탄광 참사의 참혹한 현실은 종종 전국이 지켜보는 가운데 펼쳐졌다. 지난 2010년, 산시성 왕자링 탄광에서 침수 사건이 발생했고, 매몰된 광부 150여 명을 구출하고자 구조대원들이 분주히 움직이는 모습을 전 국민이 지켜보았다.

어느 유가족은 국영 '중국일보'에 "내 남편이 죽었다. 굳이 저들이 그 사실을 말해주지 않아도 됐다"고 토로했다.

당시 구조대는 광부 115명을 구출했는데, 이는 아직도 기적이라고 불린다.

2010년 4월 5일, 침수 사고가 발생한 왕자링 탄광의 입구에 한 광부가 앉아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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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지난 2010년, 중국 북부 산시성 왕자링 탄광에서는 침수 사고가 발생해 150여 명이 매몰된 바 있다

하지만 모든 이에게 행운이 따랐던 것은 아니다.

니 교수가 집계한 결과, 1980~2010년 기준 중국에서는 매년 평균 5853명이 석탄 채굴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그러나 2018년에는 석탄 생산량이 2배 이상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연간 사망자 수는 333명으로 줄어들었다.

당국이 안전 규제를 강화하고, 가스 감지 시스템을 개선하고,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며 극적인 반전을 이루어낸 것이다. 아울러 당국은 규제 감독을 받지 않고 운영되던 소규모 민간 탄광 수천 곳을 폐쇄했다.

기술도 안전사고 감소에 기여했다. 전통적으로 노동 집약적이었던 채굴 작업이 일부 기계화 및 자동화된 것이다.

첸 교수는 "중국 탄광 안전의 이상적인 모습은 '사람은 적을수록 안전하고, 사람이 없으면 절대적으로 안전하다'는 말로 요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녹색 전환이야말로 석탄 산업이 생산량 확대에만 집중하는 구식 모델에서 벗어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나아가도록 이끄는 원동력입니다."

녹색 에너지, 검은 황금

중앙 정부가 발표한 가장 최근의 5개년 계획에 명시된 바와 같이, 재생에너지 생산 확대는 중국의 최우선 정책 과제다. 2035년까지 청정 에너지 공급량을 2배로 늘리고, 206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는 설명이다.

티베트 고원에서 신장 사막에 이르기까지, 일조량이 풍부한 광활한 국토 곳곳에 생겨난 태양광 패널과 풍력 터빈은 이러한 정책의 일환이다. 이들 지역에서 생산한 청정에너지는 송전선을 통해 광저우, 선전, 충칭과 같은 대도시로 공급될 예정이다.

그러나 세계 최고 수준의 재생에너지 기술을 추구하는 야심과 지속적인 석탄 의존 사이에는 극명한 괴리가 있다.

물론 석탄의 존재감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중국의 석탄 화력 발전량은 지난해 10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 공식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석탄 채굴 및 세척 부문의 이익 또한 41.8% 감소했다.

하지만 여전히 중국은 세계 최대의 석탄 생산국으로, 2024년에만 480만 톤을 생산하며 전 세계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중국 정부는 종종 석탄을 자국 에너지 안보의 '평형석'으로 표현한다. 즉, 선박 균형을 유지하는 평형수처럼 종종 불안정해지는 세계 에너지 시장에서 안정적인 닻 역할을 한다는 의미다.

그리고 실제로 최근 이란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며 이러한 주장은 현실로 드러났다. 아시아의 다른 국가들이 석유 위기로 인해 큰 타격을 입는 동안, 중국의 석탄 산업은 국가 경제가 최악의 피해를 보지 않는 데 기여했다.

지난 2021년 촬영된 산시성 다퉁의 어느 탄광을 담은 항공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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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1980년대 중국의 경제 개방 정책에 따라 산시성의 석탄 생산량은 급증했다

시드니 공과대학교의 록 시 에너지 및 환경경제학 교수는 "중국이 녹색 에너지를 추진한다고 해서 석탄 산업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석탄의 역할이 달라지고 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에서) 석탄은 국가 경제 성장의 원동력에서 에너지 안보 및 전력 시스템 안정성을 위한 후방 방어벽으로 그 역할이 변하고 있습니다."

석탄은 오랫동안 중국 경제의 '검은 황금'이었으며, 여전히 14억 인구가 사용하는 전력 공급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그리고 산시성에서는 석탄이 다른 선택지가 거의 없는 이들의 생명줄이다.

한 탄광 노동자는 BBC에 "나는 이 일을 계속할 것이다. 우리 지역에서는 탄광 일 말고는 다른 일자리를 찾기 어렵다"며 "이 일을 그만두면 고향을 떠나 다른 지역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그는 전기 기술자로 지상에서 근무하기에 갱도로 내려가는 동료들보다는 위험이 덜하다. 그렇지만 류쉔위에서 발생한 이번 참사 소식에 "머릿속이 하얘졌다"고 한다.

또 다른 노동자는 이 소식을 듣고 "평범한 사람들의 삶은 참으로 가련하다"는 생각만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류센위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광부 첸은 이렇듯 위험이 도사린 산업이라고 할지라도, 갱도로 내려갈 수밖에 없는 절박한 사람들은 언제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가 지적하듯, "모든 광부들은 자발적으로" 갱도에 간다.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서다.

중국 정부는 이번 류쉔위 사고의 책임자들을 엄중히 처벌하겠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첸과 광부들이 보기에는 "이미 너무 늦은" 조치다.

"국가는 이 문제를 매우 중요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죽은 광부들이 다시 살아 돌아오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