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타바이러스 감염' 크루즈서 대피한 승객들 전세기 타고 본국행
- 기자, 사라 래인스포드
- 기자, 남유럽 및 동유럽 특파원
- Reporting from, 테네리페섬 그라나딜라
- 기자, 알렉스 필립스
- 읽는 시간: 4 분
한타바이러스 감염자가 발견된 크루즈선이 지난 10일(현지시간) 스페인령 카나리아 제도 테네리페섬에 도착한 가운데, 스페인 당국은 승객 90여 명이 하선 후 각자 본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중 테네리페에서 수도 마드리드로 이송된 스페인 국적자 14명은 군 병원에서 의무적으로 격리되게 된다. 프랑스와 영국 국적자들도 각각 파리와 맨체스터로 이송됐다.
관계자들은 하선한 승객들 옷 위에 흰색 방호복을 입혔으며, 공항 활주로에서 이들을 향해 액체를 뿌리며 소독했다.
네덜란드 선박 'MV 혼디우스'호에서 발생한 이번 감염 사태로 현재까지 3명이 사망했다. 이 중 2명은 한타바이러스 감염이 확정됐다.
하비에르 파디야 스페인 보건부 차관에 따르면 10일 기준 튀르키예, 아일랜드, 미국 국적자들을 위한 항공편도 마련됐다. 이에 따라 현재 선상에 남아 있는 승객은 60명 미만으로 줄어들었다.
MV 혼디우스호는 첫 번째 승객이 사망한 지 한 달 만인 지난 10일 새벽 테레리페섬 그라나디야 항구에 접근했다.
이날 해가 뜨면서 항구 근처에 멈춰 선 크루즈선의 모습이 드러났다. 군경 선박이 주변을 순찰하는 가운데, 육지에서는 승객과 승무원 100여 명의 하선을 위한 대규모 작업이 진행됐다.
현지 시간으로 오전 7시, 의료진이 선상에 올라 승객 전원의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확인했다. 이후 첫 하선이 진행되는 가운데 흰색 의료용 마스크를 쓴 승객들이 선상 갑판을 오가거나 창가에 서 있는 모습도 포착됐다.
첫 번째 수송선에 탑승한 몇몇 승객들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한 채 영상과 사진을 촬영하기도 했다. 육지에 도착한 뒤에는 흰색 보호 장비를 착용한 관계자들의 안내를 받았다.
공항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파란색 개인보호장비를 착용한 일부 영국인 승객들은 취재진을 향해 손을 흔들거나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기도 했다.
이후 벨기에, 그리스, 독일, 아르헨티나 국적자 등 27명이 네덜란드로 이송됐으며, 아일랜드와 튀르키예 국적 승객들도 이동했다.
미국행 등 다른 항공편들도 차례대로 출발할 예정이며, 마지막 대피 항공편은 11일에 호주행으로 예상된다.
승객들은 테네리페를 떠난 후 자가 격리를 해야 한다. 다만 한타바이러스의 잠복기가 최대 9주에 달하기 때문에 부담이 클 것으로 보인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크루즈 승객들에게 마지막 노출 시점부터 42일간 격리할 것을 권고했다.
영국 국적자들의 경우 격리 시설로 이송돼 최대 72시간 동안 머물게 된다. 이후 의료진이 각자의 주거 환경을 고려해 자택이나 다른 적절한 장소에서 격리를 이어갈 수 있는지 판단하게 된다.
세바스티앙 르코르뉘 프랑스 총리는 자국민 5명 중 1명이 귀국 비행기에서 증상을 보임에 따라, 나머지 4명도 "추후 공지가 있을 때까지 엄격히 격리"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진 출처, Reuters
해당 크루즈선은 육지에 직접 접안할 수 없었기에, 하선을 위해서는 치밀한 준비가 진행됐다. 우선 선박이 접근하는 동안 주변 1해리 반경은 보안 통제 구역으로 설정됐다.
또한 이송 과정에서 중증 환자가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테네리페 소재 칸델라리아 병원에는 중환자실 전문의 수십 명이 대기했다. 해당 병원 내 격리 시설에는 감염병 대응을 위한 모든 장비가 갖춰진 병상 1개와 함께 검사 키트와 인공호흡기가 준비됐다.

사진 출처, Reuters
해당 중환자실의 책임 의사인 마르 마틴은 "우리는 완벽하게 준비됐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해당 중환자실에는 방호복, 마스크, 장갑 등이 이미 대량으로 쌓여 있었다.
"우리는 (한타바이러스를) 직접 다루어본 적은 없지만, 이 또한 우리가 매일 다루는 다른 것들처럼 몇 가지 합병증을 동반하는 바이러스일 뿐입니다. 우리는 이에 대한 훈련을 받아왔습니다."

모니카 가르시아 스페인 보건장관은 희귀한 안데스 변종의 확산을 막고자 진행된 이번 하선 및 수송 작전에 대해 "전례없이" 복잡했다고 표현했다.
가르시아 장관은 작전 전날인 9일, "우리는 과도한 공포 조장, 허위 정보 유포, 혼란은 공중 보건 수호의 기본 원칙에 위배된다고 믿는다"며 일반 대중의 감염 위험은 낮다고 강조했다.
하선 작전을 감독하고자 테네리페에 머무르고 있는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매우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감염 사태는 조류 관찰지로 인기 있는 아르헨티나 최남단 지역의 한 매립지와 관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타바이러스는 설치류에 의해 전파되며, 사람 간 전파는 드물다.
게브레예수스 사무총장은 불안해하는 스페인 국민들에게 대피 작업을 총괄하는 관계자들을 믿어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코로나19 사태를 겪은 만큼 여러분의 우려를 이해한다. 우리 모두 여전히 그 트라우마가 마음속에 남아 있지 않냐"면서도 "해당 바이러스의 특성과 스페인 정부의 대비 태세를 생각하면" 현재 대규모 감염 확산 위험은 낮다고 덧붙였다.

한편 혼디우스호가 방향을 돌려 자신들의 섬 가까이 접근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현지 주민들 사이에서 분노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지난 8일에는 항만 노동자들이 지역 의회 밖에 모여 안전 조치가 미흡하다며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후 페르난도 클라비호 카나리아 제도 주지사가 하선 작업이 하루 만에 끝날 수 없기에 선박의 입항을 허가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상황은 잠시 혼란에 빠졌다. 결국 스페인 중앙 정부가 개입하고 나섰다.
클라비호 주지사는 이후 TV 인터뷰에서 한타바이러스에 감염된 쥐가 "한밤중에 배에서 빠져나와 섬 주민들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스페인 보건부 장관이 나서 그러한 가능성은 "위험이 아니"라며 반박했다.
섬 주민들은 대체로 위험이 제한적이라는 설명에 안도하는 분위기다.
테네리페섬의 주도 산타 크루즈에서 자녀와 산책 중이던 제니퍼라는 여성은 취재진에게 "물론 위험한 바이러스다. 하지만 감염되려면 아주 밀접하게 접촉해야 한다고 들었다"고 했다.
"우리가 조심한다면, 그리 심각하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한편 모든 승선 인원이 테네리페에서 하선하는 것은 아니다. 승무원 약 30명은 선상에 남아 선박을 네덜란드까지 운항할 예정이다.
하지만 대다수에게는 바다 위에서 이어졌던 몇 주간의 두려움과 불안의 시간이 이제야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다만 이제 수주간의 격리 기간이 기다리고 있다.
추가 보도: 알리스 데이비스, 조지 라이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