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우크라 열차 공격...전 영국총리 등 유럽 고위 인사들 떠난 직후였다

동영상 설명, 우크라이나-폴란드 국경 인근에서 발생한 러시아 공습의 순간
    • 기자, 자로슬라프 루키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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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폴란드 국경 인근에서 지난 13일(현지시간) 러시아 드론이 정차돼 있던 기차를 강타했다. 보리스 존슨 전 영국 총리 등 유럽의 주요 안보 관계자들이 해당 역을 통과한 직후였다.

이번 공격은 폴란드와의 국경에서 2km 떨어진 우크라이나 야호딘에서 발생했다. 드론은 기차의 엔진을 타격했으나, 사상자는 보고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당국에 따르면 모든 승객들은 대피한 상태였다.

공격이 발생하기 몇 분 전, 다른 열차에 타고 있던 존슨 전 총리와 조너선 파월 영국 국가안보보좌관을 비롯한 유럽 국가 안보 보좌관들은 키이우에서 열린 회의를 마치고 해당 노선을 통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서부의 "철도 인프라"를 타격했다고 밝혔으나, 우크라이나 국영 철도 기업 '우크르잘리즈니차'는 "이 드론의 표적이 외교 관계자들이 탑승한 열차였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주장했다.

철도 당국은 성명을 통해 "해당 열차는 러시아의 지속적인 공격 위협으로 인해…운행 시간표가 변경되면서 예정보다 일찍 역을 출발했다"고 밝혔다.

또한 피격된 열차에는 러시아 제트 추진 드론의 공격이 발생하기 "불과 15분 전"에 승객 대피 명령이 내려진 상태였다고 덧붙였다.

또한 드론 공격 당시 야호딘 역에 정차 중이던 다른 열차에는 데이비드 퍼트레이우스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탑승해 있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와 폴란드 당국 모두 러시아 드론이 폴란드 국경에서 2km 떨어진 지점을 타격했다고 확인했다.

한편 키이우에서 열린 해당 회의에 참석했던 칼 빌트 전 스웨덴 총리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타고 있던 열차에도 승객 대피를 준비하라는 지시가 내려졌으나, 이후 계속 이동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그는 "내가 타고 있던 열차에는 정차 후 대피할 수 있도록 준비하라는 명령이 내려졌다"며 "하지만 몇 분 후 상황이 안전해졌다는 통보를 받고 계속 이동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빌트 전 총리가 탑승한 열차는 이후 폴란드의 접경 지역인 도로후스크에 무사히 도착했다.

빌트 전 총리가 존슨 전 영국 총리와 같은 열차에 탑승해 있었다는 보도도 있었으나, 존슨 전 총리는 이와 관련한 구체적인 세부 사항을 확인해주지 않았다.

존슨 전 총리는 X를 통해 "오늘 아침 폴란드 국경에서 정차 중이던 우크라이나 열차를 폭파한 것은 도대체 어떤 뒤틀린 논리에서 비롯된 것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우크라이나인들이 매일 겪고 있는, 심지어 민간 철도도 피해 갈 수 없는 무작위적이고 무의미한 공격의 한 사례"라며, 동맹국들에게 우크라이나인들이 "필요한 방공 체계"를 시급히 제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우크라이나는 고속 탄도미사일과 제트 추진 드론을 점점 더 많이 사용하고 있는 러시아의 일상적인 공격에 맞서, 특히 미국을 비롯한 동맹국들에게 더 많은 요격미사일을 제공해달라고 거듭 호소해왔다.

2026년 9월의 보리스 존슨

사진 출처, Global Images Ukraine via Getty Images

사진 설명, 지난주 르비우에서 열린 도서 박람회에서 포착된 존슨 전 총리. 그는 유럽의 주요 안보 관계자들과 함께 기차에 탑승하고 있었다

안드레이 시비하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폴란드와의 접경 지역인 야호딘에서 발생한 이번 사건에 대해 "야만적인 공습"이라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공격이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문 앞까지 찾아와 '문을 두드리고 있다'"며 추가적인 대러 제재를 재차 촉구했다.

시비하 장관은 "야만적인 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한 대응이 뒤따를 것이며, 이로 인해 그가 치러야 할 전쟁의 대가는 돌이킬 수 없는 수준으로 커질 것임을 깨닫게 해야 한다"며 "이것이 그를 막을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폴란드에서는 도널드 투스크 총리가 최근 사태를 논의하기 위해 긴급 회의를 소집했다.

"러시아 측의 행동이 점차 격화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며, 그들은 우리 국경에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존슨 전 총리와 다른 유럽의 주요 안보 관계자들은 키이우에서 열린 '얄타 유럽 전략(YES)' 회의에 참석한 뒤 귀환 중이었다. 정치, 경제, 안보, 언론 분야의 지도자와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연례 행사다.

폴란드와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을 확대한 지도

러시아는 기차와 철도 차고지, 주유소, 국경 검문소 등을 공격하며 점점 더 우크라이나를 향한 공격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번 주 초,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 드론이 우크라이나와 몰도바 사이의 국경 검문소를 타격해 2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또한 같은 주 우크라이나 남부에서는 여객열차를 겨냥한 러시아 드론 공격 사건으로 한 여성 승무원이 사망했다.

이달 초 수도 키이우에서는 차고지 공격으로 우크르잘리즈니차 직원 6명이 숨졌다.

지난 1월,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북동부 하르키우에서 승객이 가득 탑승하고 있던 여객열차를 겨냥한 러시아의 공습으로 5명이 사망한 사건을 "테러"라고 규탄하기도 했다.

러시아의 공격으로 우크라이나의 방대한 철도망은 심각한 피해를 입은 상태다. 2022년 러시아의 전면 침공 이후 모든 항공편 운항이 중단되면서, 철도망은 수백만 우크라이나인들의 주요 교통수단이었다.

유럽 국가들은 자국 영토 내에서 발생한 의심스러운 사건들에 대해서도 러시아를 배후로 지목하고 있다.

지난주 독일은 지난 8월 라이프치히 공항에서 발생한 드론 공격의 책임이 러시아에 있다고 주장했으나, 러시아 측은 "터무니없는" 주장이라며 일축했다.

또한 이탈리아에서 에스토니아에 이르기까지 여러 국가의 국방 시설에서 다수의 의심스러운 화재가 발생했는데, 일부 피해 국가들은 러시아를 의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