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독일 메르츠 총리 공개 충돌 후 주독미군 5000명 철수 결정

미국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사진 출처, Getty Images

    • 기자, 맥스 마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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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방부가 독일 주둔 미군 5000명을 철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전쟁을 둘러싸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간 갈등이 불거진 가운데 내려진 결정이다.

이번 결정은 메르츠 총리가 미국이 이란 협상단에 의해 "굴욕"을 당했음을 시사한 발언을 한 데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강하게 비판한 지 하루 만에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에서 메르츠 총리가 "형편없는 일을 하고 있다"고 비난하며, 이민과 에너지 문제를 포함해 "온갖 문제를 안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와 함께 이탈리아와 스페인에서 주둔 중인 미군을 철수하는 방안도 시사했다.

미국은 독일에 상당한 규모의 군사를 주둔시키고 있다.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독일 전역의 기지에 배치된 미군 현역 병력은 3만6000명을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미 국방부는 성명을 통해 이번 명령이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션 파넬 국방부 대변인은 "이번 결정은 유럽 내 미군 전력 배치에 대한 국방부의 철저한 검토에 따른 것이며, 작전 전구의 요구 사항과 현지 여건을 고려해 내려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파넬 대변인은 이어 "철수는 향후 6개월에서 12개월에 걸쳐 완료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에 대해 오래전부터 비판적 입장을 취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 개방 재개를 위한 작전에 동참하지 않겠다는 동맹국들의 태도에 대해 공개적으로 강한 불만을 표출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이탈리아와 스페인에서도 미군을 철수할 가능성이 있는지 질문을 받자 "아마도 그럴 것이다. 안 될 이유가 없지 않느냐"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이탈리아는 우리에게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았고, 스페인은 끔찍했다"고 말하며, 이란 전쟁에 대한 두 나라의 대응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그들은 모두 '나는 개입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메르츠 총리는 이번 주 초 대학생들을 상대로 한 발언에서 "미국은 전략이 없는 것이 분명하다"며, 미국이 선택할 수 있는 "어떤 전략적 출구도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란은 협상에 매우 능숙하거나, 협상하지 않는 데 매우 능숙하다"며 "미국인들이 이슬라마바드까지 갔다가 아무런 성과도 없이 다시 돌아가도록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란 지도부로 인해 "국가 전체가 굴욕을 당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플랫폼인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려, 메르츠 총리가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이 괜찮다고 생각한다"며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고 있다"고 비난했다. 게시글에는 "독일이 경제적으로나 그 밖의 모든 면에서 이렇게 부진한 것도 놀랄 일이 아니다"라는 내용도 담겼다.

BBC는 이 사안에 대한 입장을 듣기 위해 워싱턴 주재 독일대사관에 논평을 요청했다.

독일에 주둔한 미군의 규모는 유럽 내에서 단연 최대다. 이탈리아에는 약 1만2000명, 영국에는 추가로 1만 명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독일 남서부 카이저슬라우테른 외곽에 위치한 람슈타인 공군기지에 배치돼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에도 주독미군 감축을 제안한 바 있으나, 지금까지 실제로 시행되지는 않았다. 미군 주둔 규모가 독일보다 더 큰 나라는 일본이 유일하다.

2020년에는 주독미군 1만2000명을 유럽 내 다른 나토 회원국이나 미국 본토로 이동시키는 방안이 제안됐으나, 미 의회의 반대로 무산됐고 이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 의해 철회됐다.

독일에서 훈련에 참여하고 있는 미군들

사진 출처, Getty Images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독일의 국방비 지출이 나토가 제시한 국내총생산(GDP) 대비 2% 목표에 한참 못 미친다며, 독일이 "채무를 이행하지 않는다"고 비난한 바 있다.

그러나 메르츠 정부 들어 이러한 상황은 극적으로 달라졌다. 독일은 2027년에 1058억 유로(약 181조9000억 원)를 국방비로 지출할 것으로 전망되며, 내년 전체 국방 지출은 GDP의 3.1%에 이를 예정이다.

한편 미국은 지난해 유럽에서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군사적 중심을 옮기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의 일환으로, 루마니아에서의 미군 주둔 규모를 축소하기로 결정했다.

루마니아 국방장관은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루마니아 측에 자국 방위에 더 많은 책임을 져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이후 이 같은 결정이 내려졌다고 밝혔다.

이 결정은 미 의회 내 일부 공화당 의원들의 반발을 불러왔으며, 러시아를 경계해온 다른 동유럽 국가들 사이에서도 우려를 낳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