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인들의 '쏘리' 사용법: 실제로는 어떤 의미일까?

입을 막은 여성의 흑백 사진에 'sorry' 말풍선을 합성한 그래픽

사진 출처, Getty Images/BBC/Javier Hirschfeld

    • 기자, 마이크 맥이커런
  • 읽는 시간: 5 분

영국에서 'sorry' 는 단순한 사과의 표현이 아니다. 부드러운 어조로 부탁하고, 어색한 순간을 넘기고, 대화 공백을 메우고, '무례해 보일 수 있다'는 영국인들의 가장 큰 공포를 피하기 위해 다섯 글자로 구성된 '안전밸브'로, 일종의 문화적 반사작용이다. 패딩턴과 메리 포핀스처럼 예의 바른 캐릭터들이 영국 출신이라는 것은 어쩌면 우연이 아닐지도 모른다.

영국인들은 평균적으로 하루에 9번, 연간 3000번 이상 이 단어를 사용한다. 하지만 방문객들이 궁금한 점은 'sorry'를 얼마나 자주 듣느냐가 아니라, 'sorry'가 실제로 무엇을 의미하느냐는 것이다. 영국에서 'sorry'는 유감을 뜻할 수도 있다. 하지만 동시에 '실례합니다', '비켜주세요', '동의하지 않습니다', '좀 서둘러 주세요', '길을 막고 있어요', '잘 못 들었어요', '짜증 난 것처럼 들리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어요' 등의 의미도 될 수 있다.

이러한 용법이 영국에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사용 빈도와 어조, 그리고 그 안에 담긴 미묘한 사회적 계산은 매우 영국적이다. 영국은 흔히 갈등을 피하는 사회로 알려져 있으며, 'sorry'는 상황을 조율하고, 의견 충돌을 완화하고, 정면 대립을 피하고, 노골적으로 무례해 보이지 않으면서 규칙을 지키게 만드는 가장 유용한 도구 가운데 하나가 됐다.

본질적으로 'sorry'는 예의의 표현이다. 이 한 단어는 영국인을 영국인답게 만드는 수많은 문화적 특징을 엿볼 수 있게 해준다. 방문객들에게는 이 표현을 제대로 해석하는 것이 친근한 대화와 당황스러운 오해를 가르는 차이가 될 수 있다.

1. 길거리에서의 "Sorry!"

겉으로 들리는 의미: 사과.

실제 자주 쓰이는 의미: '당신이 내 길을 막고 있어요', '제가 당신 길을 막고 있네요', '우리가 잠시 너무 가까이 있었으니 (빨리 떨어져서) 이 어색함을 빨리 해소해야 합니다'

이 표현은 누군가의 잘잘못을 따지기보단 낯선 사람과 의도치 않게 너무 가까워진 불편한 상황을 벗어나려는 영국인들의 의도를 보여준다. 코트를 스치거나, 인도를 막거나, 같은 좁은 공간을 너무 오래 공유하는 상황에 대한 불편함이다.

누군가 당신과 부딪혔을 때, 혹은 당신이 상대와 부딪혔을 때, 심지어 서로 어깨를 스치거나 동선을 잘못 계산한 것 외에는 누구의 잘못도 없는 경우에도 이 말을 할 수 있다. 이는 '실례합니다', '먼저 가세요', '잠시 비켜 주세요', '이 작은 부딪힘은 없었던 일로 합시다' 등의 뜻이 될 수 있다.

핵심은 잘잘못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균형을 회복하는 것이다. 공개적인 대립으로 인한 불편을 겪지 않으면서도 상황을 자연스럽게 넘길 수 있게 해주는 짧은 한마디인 셈이다.

에스컬레이터를 올라가는 사람들의 흑백 사진과 그 위로 합성된 'sorry' 말풍선들

사진 출처, Getty Images/BBC/Javier Hirschfeld

사진 설명, 영국인들은 하루 평균 9번 "sorry"라고 말하지만, 이 말은 단순히 사과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닐 때가 많다

2. "Sorry?"

겉으로 들리는 의미: 다시 말해 달라는 요청.

실제 자주 쓰이는 의미: '잘 못 들었어요' 또는 '들었지만 방금 한 말을 이해할 시간이 필요해요'

끝을 살짝 올리는 억양으로 말하는 이 표현은 영어에서 가장 유용한 대화 도구 가운데 하나다. '뭐라고요?'나 '다시 말씀해 주시겠어요?' 또는 단순하게는 '잠시만요'라는 뜻이 될 수 있다. 'What?'는 지나치게 직설적으로 들릴 수 있기 때문에, 'Sorry?'를 좀 더 부드럽고 덜 공격적인 표현으로 쓸 수 있다.

영국을 방문한 사람들에게 'Sorry?'는 펍이나 기차역처럼 대화가 빠르게 오가는 장소에서 특히 유용하다. 리버풀, 뉴캐슬, 글래스고처럼 지역 특유의 억양이 강한 곳에서는 더욱 도움이 된다.

하지만 이 표현을 다소 차갑거나 믿기 어렵다는 듯한 어조로 말하면, 전형적인 영국식 경고의 의미로 바뀔 수 있다. 바로 이런 의미다. '무슨 말인지는 들었습니다. 하지만 방금 한 말을 다시 생각해 볼 기회를 드리죠.'

3. "Sorry, can I just…"

겉으로 들리는 의미: 정중한 요청.

실제 자주 쓰이는 의미: '제가 잠시 이 좁은 공간을 차지해야 하는데, 제 존재 자체가 당신을 불편하게 할까 봐 미리 사과합니다.'

이 표현은 영국 특유의 '자기 축소' 식 표현이다. 기차 안이나 카페, 극장 좌석, 호텔 로비 등 누군가가 지극히 당연한 질문을 해야 하는 거의 모든 상황에서 들을 수 있다.

이런 뜻으로 해석된다. 'sorry, can I just squeeze past? (죄송하지만 잠시 지나가도 될까요?)', 'sorry, is anyone sitting here? (죄송하지만 여기 앉는 사람 있나요?)', 'sorry, could I ask…? (죄송하지만 하나 여쭤봐도 될까요?)'

말하는 사람은 실제로 미안한 게 아니다. 부탁하거나, 공간에 들어서거나, 자리에 앉거나, 손을 뻗거나, 공공장소에서 눈에 띄게 존재하는 행위를 부드럽게 만들기 위한 표현이다.

더욱 직설적으로 말하는 문화권에서는 "이 자리 비었나요? (Is this seat free?)"라고 하면 충분하다. 하지만 영국에서는 빈 의자에 앉는 것조차 작은 사과가 필요한 일인 것처럼, 'sorry'가 먼저 나오고는 한다.

4. "Oh, sorry…"

겉으로 들리는 의미: 진심 어린 사과.

실제 자주 쓰이는 의미: '이의를 제기하려고 하지만, 사과처럼 들리게 하겠습니다.'

겉으로는 진심으로 미안하다는 말처럼 들리지만, 대개는 그렇지 않다. 영국에서는 직설적인 표현이 몹시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기 때문에, 누군가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면서도 노골적으로 대립하는 것처럼 보이고 싶지 않을 때 짧게 'Oh, sorry…'라고 말하곤 한다.

말하자면 이런 식이다. 'Oh, sorry, I think I was next (아, 죄송하지만 제가 다음 차례였던 것 같은데요)', 'Oh, sorry, that's my seat (아, 죄송하지만 이건 제 자리예요)', 'Oh sorry, I was using that (아, 죄송하지만 제가 그거 쓰고 있었어요)'

여기서 'sorry'는 말하는 사람에게 방패막이가 되어 주고, 'oh' 뒤에 이어지는 짧은 정적은 듣는 사람에게 진짜 타격을 입힌다. 형식적으로는 예의를 지키면서도 상대에게 반박할 수 있게 해주는 화법이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과 속마음을 그대로 말하는 것 사이에서 절묘한 균형을 찾은, 매우 영국적인 타협 방식이다.

여성의 흑백 사진 위로 합성된 'sorry' 말풍선

사진 출처, Getty Images/BBC/Javier Hirschfeld

사진 설명, 영국에서는 "sorry"가 '실례합니다', '서둘러 주세요', '통로를 막고 계세요' 또는 '짜증 난 것처럼 들리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어요'라는 뜻으로도 쓰일 수 있다

5. "Sorry, but…"

겉으로 들리는 의미: 단호하게 반박하기에 앞서 정중하게 말을 꺼내는 표현.

실제 자주 쓰이는 의미: '가능하면 당신 의견에 동의해 보려고 했지만 그럴 수 없네요. 이제부터 왜 당신이 틀렸는지 설명하겠습니다. 그리고 당신 생각이 어떻든 상관하지 않습니다.'

이른바 '선제적 사과'다. 본격적인 반박에 앞서 놓는 작은 완충 장치다. 영국에서는 공개적인 반대가 사회적으로 거칠게 느껴질 수 있기 때문에, 'sorry, but…'은 예의를 유지하는 형식 속에서 반대 의견을 전달할 수 있게 해준다.

이 표현을 사용하면 상대의 말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반박하거나, 바로잡으면서도 '싸움을 걸려는 것은 아니다'라는 신호를 보낼 수 있다. 물론 그럴 의도가 충분히 있음에도 말이다. 말하는 어조에 따라 화해를 시도하는 듯 들릴 수도 있고, 약간 짜증이 섞인 듯 들릴 수도 있으며, 사실상 'Sorry, but I'm not sorry (미안하지만, 전혀 미안하지 않습니다)'라는 말과 거의 다르지 않을 수도 있다. 핵심은 'but' 뒤에 나오는 말을 주의 깊게 듣는 것이다. 영국에서는 대개 진짜 메시지가 그 뒤에 나온다.

6. 줄을 서 있을 때나 펍에서의 "Sorry…"

겉으로 들리는 의미: 예절을 상기시키는 한마디.

실제 자주 쓰이는 의미: '어색하게 만들고 싶지는 않지만, 이건 공정하지 않습니다. 당신이 규칙을 어겼습니다.'

영국에서는 누군가 새치기한다는 생각만으로도 소름이 끼칠 수 있다. 이곳에서 줄서기는 웨스트민스터 사원이나 윔블던만큼이나 신성한 영역으로 여겨진다. 이런 상황에서 정중하게 끼어드는 'sorry…'는 각자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법석을 떨지 말고 규칙을 지켜야 한다는, 공중 질서를 상기시키는 표현이다.

이 경우 'sorry'는 사실상 이런 뜻이다. '뒤로 가세요', '새치기하지 마세요', '간격을 유지하세요', '어디 한번 새치기해 보시죠.'

펍에서도 비슷하다. '뒤에 사람 있어요', '제가 다음 차례였던 것 같은데요', '제가 기다리고 있는 걸 못 본 척하지 말아 주세요'

겉으로는 정중한 표현이지만, 실제로는 상대를 바로잡는 말이다. 어쩌면 가장 영국적인 지적 방식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