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 지뢰 폭발로 다시 드러난 위험…한국에는 얼마나 많은 지뢰가 남아 있나

사진 출처, 합동참모본부
- 기자, 문준아
- 기자, BBC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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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비무장지대(DMZ)에서 지뢰가 폭발해 한국군 3명이 다친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이 부상 장병들의 빠른 쾌유를 빌며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을 낮추기 위한 조치를 이어가겠다고 1일 밝혔다.
사고는 지난 9월 21일 서부전선 군사분계선(MDL) 남쪽 약 10m 지점에서 발생했다. 당시 장병 18명이 북한 지뢰 매설 추정지역을 조사하기 위해 수색로를 개척하던 중 지뢰 두 발이 잇따라 폭발해 수색대대장 등 3명이 다쳤다.
사고 이후 한국군과 합동 현장조사를 벌인 유엔군사령부는 30일 "MDL 이남 대한민국 측 지역에서 북한 대인지뢰 1발을 추가로 발견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조사 결과를 토대로 "정전협정 위반"이 발생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번 사고로 군사분계선 일대의 지뢰 매설 문제가 주목받고 있다. DMZ와 주변에는 얼마나 많은 지뢰가 아직 묻혀 있을까? 매설 규모와 주요 지뢰의 종류, 군인과 민간인의 피해 기록을 통해 접경지역에 남은 위험에 대해 살펴보았다.

사진 출처, 합동참모본부
한국에 얼마나 많은 지뢰가 남아 있나?
한국에 여전히 수십만 발의 지뢰가 땅속에 남아 있다.
지난 2020년 합동참모본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그해 9월 말 기준 한국에 매설된 지뢰는 약 82만 8000발로 추정됐다. DMZ와 민간인통제선 일대, 후방 지역 등 전국 1308개 지역을 포함한 규모다.
자료는 DMZ에 38만 발, DMZ와 별도로 분류한 민통선 이북 지역에 38만 9000발이 매설된 것으로 추정했다. 민통선 이남 제한보호구역에는 5만 발, 후방 방공진지와 서북도서에는 각각 3000발과 6000발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이는 2020년 당시 군이 파악한 추정량으로, 현재 땅속에 남아 있는 지뢰의 정확한 수를 뜻하지는 않는다.
매설 기록이 남아 있지 않거나 폭우 등으로 원래 위치에서 이동한 지뢰까지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 일부 민간 단체에서는 실제 남아 있는 지뢰가 약 100만 발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이들은 단위 면적당 매설 지뢰 개수로 보면 한국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설명한다.
지뢰가 모두 한국전쟁 때 묻힌 것도 아니다. 정전 이후에도 북한군의 침투를 막거나 주요 군사시설을 보호하기 위해 한국군이 지뢰를 추가로 매설했다.
특히 1968년 북한 특수부대원 31명이 군사분계선을 넘어 서울까지 침투해 청와대 습격을 시도한 '1·21 사태' 이후 대침투 경계가 강화됐다. 이후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는 서울 우면산을 비롯한 전국의 방공포기지 주변에도 시설 방호를 위해 지뢰가 설치됐다.
이 때문에 지뢰지대는 DMZ와 민간인통제선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서울 등 후방 지역에도 남게 됐다.
지뢰는 어떻게 생겼나?
손바닥에 들어오는 작은 플라스틱 원통부터 길쭉한 나무 상자까지. 지뢰의 크기와 모양은 종류에 따라 다르다. 사람을 겨냥한 대인지뢰와 전차 등 차량을 겨냥한 대전차지뢰로 나뉘며, 같은 대인지뢰라도 폭발 방식과 피해 범위에 차이가 있다.
한국에 매설된 대표적인 대인지뢰인 M14는 지름 약 5.6cm, 높이 약 4cm의 낮은 원통형이다. 몸체 대부분이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져 있고 금속 부품이 매우 작다. 김기호 지뢰제거연구소장은 이처럼 적은 금속 함량이 탐지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M16은 위쪽에 돌출부가 있는 금속 원통 모양이다. 땅에서 튀어 올라 공중에서 폭발하며 파편을 퍼뜨리는 도약식 대인지뢰로, 주변 사람들에게도 피해를 줄 수 있다.
북한의 목함지뢰는 이름 그대로 나무 상자 형태다. 김 소장은 목함지뢰와 수지 재질의 반보병지뢰가 외형은 비슷하지만, 폭약을 감싸는 상자의 재질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목함지뢰는 나무, 수지 지뢰는 플라스틱을 사용한다. '반보병지뢰'는 사람을 겨냥한 대인지뢰를 뜻한다.
작은 잎처럼 생긴 지뢰도 있다. 이른바 '나뭇잎지뢰'는 녹색이나 갈색 플라스틱 재질로, 나뭇잎을 닮은 외형을 갖고 있다. 지자체의 지뢰 유실 관련 안내에서도 주민들이 주의해야 할 물체로 소개돼 왔다.
나무나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졌다고 해서 금속 탐지기로 전혀 찾을 수 없는 것은 아니다. 김 소장은 북한의 목함·수지 지뢰에도 내부에 금속 부품이 있다고 설명했다. 탐지 가능성은 외피의 재질뿐 아니라 내부 금속의 양과 상태, 매설 환경과 장비의 성능 등에 영향을 받는다.
그는 땅속 물체를 찾는 지표투과레이더(GPR)를 사용하더라도 모든 비금속 지뢰를 반드시 발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물기가 많고 수풀이 우거진 현장에서는 탐지에 한계가 있고, 지뢰가 아닌 물체를 위험물로 감지하는 오경보도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오래돼 겉이 부식됐다고 위험이 사라진 것도 아니다. 제네바국제인도적지뢰제거센터(GICHD)는 지뢰의 재질과 보존 환경에 따라 노후화 양상이 달라지며, 수십 년간 묻혀 있어도 작동 가능한 상태로 남아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DMZ 밖에서도 이어진 피해

사진 출처, News1
DMZ와 접경지역에서 수색·정찰 중 지뢰 폭발로 다리를 잃는 등 군인들의 피해가 이어져 왔다. 지난 2021년 기준 지난 10년 동안 한국군에서 총 16건의 지뢰사고가 발생해 모두 19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지뢰 피해는 작전 중인 군인들에게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농사를 짓거나 땔감을 구하던 주민들도 일상 속에서 목숨을 잃거나 다쳤다.
"지뢰 표시가 없는 데서 일상생활을 하다가 지뢰를 밟아서 사고를 당한 경우가 많았어요."
1997년부터 민간인 지뢰 피해 조사와 지원 활동을 해온 조재국 평화나눔회 상임이사는 BBC에 "국가가 가해자"라며 민간인 피해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강조했다. 군이 사용한 지뢰로 피해를 입은 민간인에게는 국가가 보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 이사가 기억하는 한 남성은 군 입대를 앞둔 스무 살에 두 다리를 잃었다. 친구들과 산에서 땔감을 구해 내려오던 길에 지뢰를 밟았다. 그는 사고 이후 집을 떠나 서울로 와 거리에서 구걸하며 생계를 이어갔다.
"기가 막히죠. 너무 기가 막히고…."
조 이사는 이 남성을 비롯해 사고 이후에도 오랫동안 어려움을 겪는 피해자들을 만나왔다. 장애로 생계를 이어가기 어려워지고, 가족들까지 돌봄 부담과 심리적 고통을 함께 감당해야 하는 삶이었다.
평화나눔회가 국방부 의뢰로 수행해 2021년 제출한 전국 실태조사에서 확인된 민간인 지뢰 피해자는 1171명이다. 그 가운데 548명은 숨지고 623명은 다쳤다.
그리고 같은 조사에서 불발탄 피해자는 이보다 훨씬 많은 5257명으로 확인됐다.
지뢰는 한국군이 '군사적 목적으로 의도적으로 설치한 무기'로, 민간인 피해에 대해서는 별도의 지원법이 마련돼 있다. 반면 불발탄은 전쟁이나 훈련 중 사용됐지만 터지지 않고 남은 포탄이나 수류탄 등으로, 지뢰피해자 지원법의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피해는 접경지역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전체 지뢰·불발탄 피해의 65%는 경기도와 강원도에서 발생했지만, 한국전쟁 당시 전투가 치열했던 경상도 등 다른 지역에서도 피해 사례가 확인됐다.
특히 피해자의 상당수는 어린이와 청소년이었다. 조사된 지뢰·불발탄 피해자 가운데 19세 이하는 62.9%에 달했다. 어린이들이 남겨진 폭발물을 쇠붙이로 여기고 만지거나 가지고 놀다 사고를 당한 경우가 많았다.
다만 이 수치가 모든 피해를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조 이사는 사고가 발생하고 수십 년이 흐른 뒤 조사가 이뤄져 피해 사실을 확인할 기록이 부족했다며, 실제 피해는 조사에서 확인된 것보다 많을 것으로 봤다.
그는 피해자들의 삶을 지원하는 동시에, 주민들의 생활공간에 남은 지뢰와 불발탄을 찾아 제거해 추가 사고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 출처, ED JONES/Getty Images
'전쟁이 아직 땅속에 남아있다'
"(지뢰 제거 작업에) 재산을 다 말아먹은 바보입니다."
김기호 한국지뢰제거연구소장은 군에서 30년간 복무한 뒤 전역 후에도 22년째 지뢰 탐지·제거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그는 복무 당시 장교 두 명이 지뢰 사고로 크게 다친 일이 "마음의 짐"으로 남았다고 BBC에 전했다. 장병들의 사고를 막고 싶어 지뢰 제거 장비를 개발하는데 전재산을 쏟아부었으며, 지금도 연금을 보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가 현장에서 직접 탐지하고 제거했다는 지뢰는 600발이 넘는다. 자신이 발견해 신고한 뒤 군이 제거한 지뢰도 별도로 약 3000발에 이른다고 했다.
하지만 오랫동안 지뢰를 찾아온 그에게도 매설 기록만으로 현장의 위험을 파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기록이 남아 있지 않은 곳이 있고, 기록이 있더라도 폭우와 토양 유실로 지뢰가 처음 묻힌 자리에서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소장은 가벼운 플라스틱 재질의 지뢰가 물에 떠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풀이 우거지거나 물기가 많은 현장에서는 탐지 장비에도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무엇보다 지뢰 문제를 과거의 전쟁이 남긴 문제로만 여겨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아직도 사람들이 다니고 농사를 짓는 땅에서 사고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위험지역에 대한 조사와 제거 작업을 지속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지뢰를 "전쟁이 아직 땅속에 남아 있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지뢰 한 발을 제거한다는 것은 단순히 폭발물 하나를 없애는 일이 아닙니다. 전쟁의 흔적을 걷어내는 일이고, 사람에게 땅을 돌려주는 일이고, 생명이 다시 뿌리내리는 공간을 만드는 일입니다."

사진 출처, 한국지뢰제거연구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