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트럼프의 극진한 환대에도…원했던 것 모두 얻지는 못했다

동영상 설명, 세계에서 가장 막강한 두 인물이 만났다. 어떤 일이 펼쳐졌나?
    • 기자, 로라 비커
    • 기자, 중국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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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한 가지 분명한 목표를 갖고 있었다.

중국은 미국이 자국의 초강대국 부상을 억제하려 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특히 무역과 기술, 대만 문제에서 미국과의 충돌을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

시 주석은 이번 국빈 방문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성대한 '레드카펫' 환대를 받았다. 그러나 기대했던 만큼의 성과를 모두 거두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양국이 과거 보복성 관세 전쟁을 일시 중단하고 맺은 무역 휴전 시한은 당초 예정됐던 11월에서 내년 1월로 불과 몇 달 연장되는 데 그쳤다.

베이징은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의 남은 임기 동안 버틸 수 있도록 최소 1년의 시간을 확보하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관세 문제와 중국의 희토류 공급 지배력, 미국의 첨단 반도체에 대한 중국의 접근 문제 등 핵심 쟁점은 또다시 다음 협상으로 넘어가게 됐다.

이는 미국이 장기적인 양보를 내놓기에 앞서 중국이 먼저 기존 합의 내용을 더 충실히 이행하기를 바라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백악관에서 열린 만찬에서 연설을 시작하려는 시 주석과 트럼프 대통령
사진 설명, 두 정상은 백악관에서 열린 만찬에 참석했다

시 주석으로서는 중국 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불편한 진실을 외면하기 어렵다.

중국의 대외 수출량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지만 중국 내 소비는 주춤한 상황이다. 아울러 인구의 80%가 자가 주택을 소유한 상황에서 부동산 가격은 급락했고 청년 실업률은 여전히 떨어질 줄 모른다.

무역이 경제 성장을 떠받치는 역할을 하면서 해외 시장에 대한 접근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시 주석의 입장에서는 지난해 미국이 부과했던 것처럼 경제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고율 관세로부터 중국의 수출도 지켜야 한다.

한편 대만 문제와 관련해 시 주석은 미국의 대만 무기 판매는 자신들의 '레드라인'임을 다시 한번 분명히 했다.

미국은 자국 법에 따라 대만에 방어 수단을 제공해야 한다.

시 주석은 지난 5월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 문제를 잘못 다룰 경우 "양국이 갈등을 겪거나 심지어 충돌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140억 달러(약 19조원) 규모의 대대만 무기 판매 패키지 승인을 연기했고, 이를 중국과의 협상에서 "매우 유용한 협상 카드"라고 표현했다.

시 주석은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대만에 대한 미국의 지원 자제가 충돌 위험을 줄인다는 주장을 펼쳤을 가능성이 있다.

실제 그는 지난 24일 미국이 대만 독립에 반대하는 "올바른 입장"을 고수하기를 바란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그러나 대만 지원을 이어가야 한다며 미국 내 정치권의 압력을 받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아직 이러한 시 주석의 발언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응하지 않고 있다.

둥펑류저우자동차 공장 내 로봇팔이 차체를 용접하는 모습
사진 설명, 무역은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된다

한편 두 정상이 인공지능(AI)에 대해 적어도 논의는 했지만 구체적인 안전 조치에 합의했는지는 불분명하다.

최근 미국의 AI 업체 '앤트로픽'의 CEO 다리오 아모데이가 안전을 위해 AI 개발 속도를 늦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앤트로픽에서 퇴사한 한 최고 안전 연구원이 AI가 인류의 멸종을 초래할 가능성이 "10% 이상"이라고 발언하면서, 두 정상이 이와 관련한 회담 약속 등 구체적인 AI 안전 조치에 관한 결정을 내릴지에 이목이 집중됐다.

하지만 AI는 "항상 인간의 통제하에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 시 주석의 발언 외에는 별다른 내용이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우 AI로 인한 인류 멸종 가능 우려는 "거짓말"이라고 일축한 바 있다.

그리고 여기에 판다도 빠질 수 없다. 애틀랜타에 핑핑과 푸솽 등 판다 2마리를 선물한다는 소식은 지난 4월에 처음 전해졌다. 시 주석은 중국의 판다 외교가 재개됨에 따라 며칠 내에 판다들이 미국에 도착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물론 두 정상이 25일에도 함께 차를 마시며 국립문서보관소를 방문할 예정인 만큼, 앞으로 더 많은 발표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홍콩 오션파크의 자이언트 판다 ‘레레’가 추석 특별식을 즐기는 모습
사진 설명, 판다는 중국의 주요 외교 수단 중 하나다

중국에게 이번 정상회담의 가장 큰 성과 중 하나는 아마도 대외적 이미지 연출일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항까지 직접 마중 나올 정도의 환대, 참깨를 입힌 농어와 볶은 청경채 요리가 차려진 국빈 만찬은 중국 내에서 호평을 받았다. 이는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과 대등한 위치에 있음을 중국 인민에게 보여주는 데 도움이 됐을 것이다.

한편 두 정상의 모습을 비교한 밈이 중국 소셜미디어에서 널리 퍼지고 있다. 한 이미지에는 폭격기가 머리 위로 날아가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얼굴을 찡그리는 모습이 담긴 반면, 시 주석은 아무렇지 않은 듯 태연한 표정을 짓고 있다.

시 주석은 전 세계에서 가장 예측 불가능한 지도자 중 하나인 트럼프 대통령을 다루는 방법을 찾아낸 듯하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진정으로 위대한 우정"에 대해 이야기하는 동안 그는 더 큰 목표, 즉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초강대국으로서의 중국의 입지를 다지는 데 집중하고 있다.

판다, 화려한 행사, 따뜻한 환영의 말들은 양국 관계를 부드럽게 하는 데 도움이 될지 모른다. 하지만 이러한 화려한 행사 뒤편에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두 나라 간의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 냉혹하게 전개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