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타바이러스, 얼마나 걱정해야 할까?

    • 기자, 미셸 로버츠
    • 기자, 디지털 헬스 에디터
  • 읽는 시간: 3 분

다양한 국적의 승객들을 태우고 대서양을 항해하던 네덜란드 선적 크루즈선 'MV 혼디우스'호에서 발생한 한타바이러스 감염 사태에 대해 여러 당국은 이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한 달 전 아르헨티나에서 출항한 이 크루즈선에서는 현재까지 3명이 선상 혹은 하선 후 숨졌으며, 추가로 4명이 치료를 위해 하선 후 이송됐다.

영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네덜란드, 미국, 스위스 등 이미 여러 국가로 비행기를 타고 귀국한 승객 가운데 바이러스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있는 이들을 추적하기 위한 대규모 조사가 진행 중이다.

보건 전문가들은 일반 대중에게 미치는 위험은 낮다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얼마나 우려해야 할 상황일까.

'코로나가 아닙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마리아 반 케르호브 박사는 지난 7일(현지시간) 최신 브리핑에서 "이것은 코로나도 아니고, 독감도 아니다. 전파 양상이 완전히 다르다"며 팬데믹의 시작이 아님을 강조했다.

전염성이 매우 강해 쉽게 퍼지는 홍역과 같은 질병과 달리, 이번 발병의 원인으로 지목된 안데스 변종 한타바이러스는 그다지 전염성이 강하지 않다.

WHO는 사람 간 전파 가능성이 존재하지만, 전 세계적인 감염 사태로 퍼질 위험은 여전히 낮다고 설명했다.

WHO의 최신 보고에 따르면 해당 크루즈선에 탑승했던 사람들 가운데 현재까지 감염 사례 총 8건이 확인됐다. 이중 확진자가 3명, 의심 환자가 5명이다.

다만 이번 집단 감염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한타바이러스는 일반적으로 설치류를 통해 전파된다. 사람의 경우 설치류의 소변, 배설물 또는 침에 포함된 바이러스 입자가 섞인 공기를 흡입하며 감염된다.

이 크루즈선은 외딴 야생동물 보호 구역을 방문했기에 일부 승객이 그곳에서 혹은 승선 이전에 이미 바이러스에 노출됐을 가능성도 있다.

전문가들은 과거 집단 감염 사례에서 안데스 변종 한타바이러스가 사람 간 매우 밀접한 접촉을 통해 전파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한 바 있으며, 보건 전문가들은 이번 크루즈선에서 발생한 감염 사례 중 일부 또한 사람 간 전파에 의해 발생했을 수도 있다고 본다.

고급 크루즈선이라 해도 객실과 식당 등을 승객들이 공유하는, 상대적으로 비좁거나 제한된 생활환경에서는 감염이 확산할 수 있다.

사람 간 감염은 신체적으로 매우 밀접한 거리에서 장시간 함께 지내면 일어날 수 있다.

사망자 3명 중에는 4월 24일 크루즈선이 세인트헬레나섬에 기항했을 당시 하선한 네덜란드 여성도 있다. 이 여성은 앞선 4월 11일 선상에서 사망한 남편과 같은 객실을 사용했었다. 다만 이 남편이 한타바이러스 확진자 중 한 명인지는 현재로서는 알려지지 않았다.

영국보건안전청(UKHSA)에 따르면, 한타바이러스는 공공장소를 걷거나, 상점이나 직장 또는 학교에 머무는 것과 같은 일상적인 사회적 접촉을 통해서는 전파되지 않는다.

증상은 대개 바이러스에 노출된 지 2~4주 후에 나타나지만, 1달이 넘어서 나타날 수도 있다.

해당 크루즈선의 승객이나, 승객들이 이용했던 병원 및 항공편 등 감염자와 "접촉"했을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은 모니터링 대상이 된다.

로빈 메이 UKHSA 수석 과학관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진행 중인 접촉자 추적 작업은 "상당히 방대하다"며 "우리는 당분간 … 계속 작업을 이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UKHSA에 따르면 크루즈선에서 하선해 귀국하는 영국인 승객들은 예방 조치 차원에서 영국 내에서 45일간 자가격리를 권고받게 된다.

이 크루즈선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일반 대중은 어떨까. 메이 과학관은 "이와 관련한 위험은 사실상 무시할 수 있을 정도"라고 평가했다.

안데스 변종에 감염되면 발열, 피로, 근육통 등 독감과 유사한 증상을 보일 수 있다. 또한 숨가쁨, 복통, 메스꺼움, 구토 또는 설사를 겪을 수도 있다.

한타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진단하는 검사는 있지만, 특별한 치료제는 없다. 다만 병원에서 조기에 의료 지원을 받으면 생존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치료는 주로 증상 완화에 초점을 맞춘다.

UKHSA는 정부 관계자들이 나서 'MV 혼디우스'호에 탑승한 영국 국민들의 영국 입국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UKHSA의 전염병 및 신종 감염병 담당 부국장인 미라 찬드 박사는 "일반 대중에게 미치는 위험은 여전히 매우 낮기에 국민들을 안심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추가 전파 위험을 최소화하고자 해당 선박이나 한타바이러스 확진자와 접촉했을 가능성이 있는 모든 사람을 추적하고 있습니다."

한편 서아프리카 연안의 군도 국가인 카보베르데 공화국 인근에서 3일간 정박한 해당 크루즈선은 현재 스페인 카나리아 제도 방향으로 항해 중이다.

남아 있는 승객과 승무원들은 각자의 본국으로 비행기를 타고 귀국할 예정이다.

현지 보건 당국이 선박을 방문해 상황을 평가했다.

남아 있는 승객들은 선상에서 격리된 채 지내고 있으며, 예정된 하선에 앞서 전문가들이 선박을 철저히 소독했다.

해당 크루즈 운영사인 '오션와이드 익스페디션'은 지난 7일, 현재 선상에 남아 있는 사람 중 증상을 보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밝혔다.

오션와이드 익스페디션에 따르면 영국인 7명을 포함해 승객 30명은 해당 선박이 4월 24일 세인트헬레나에 정박했을 때 하선했으며, 이후 이들 모두와 연락이 닿았다.

UKHSA는 세인트헬레나에서 하선한 영국인 2명이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귀국한 후 확진자 발생 소식을 접하고 보건 당국에 연락해왔으며, 현재 영국 내에서 자발적으로 자가격리 중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증상을 보이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UKHSA는 세인트헬레나에서 하선한 나머지 영국인 5명은 아직 영국으로 돌아오지 않았다고 전했다.

미국 조지아주와 애리조나주 보건 당국은 BBC에 하선 후 귀국한 승객 3명을 모니터링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증상을 보이는 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