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타바이러스 집단 감염 후 고립된 크루즈선 승객들이 전하는 이야기

    • 기자, 제이크 라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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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크 로즈마린은 눈물을 흘리며 "우리는 그저 이야깃거리나 기삿거리가 아니다. 사랑하는 가족과 삶, 집에서 우리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는 실제 사람들"이라고 호소했다.

대서양을 항해하던 호화 크루즈 'MV 혼디우스'호에 탑승한 이 미국인 여행 블로거의 꿈만 같던 여행은 이내 악몽이 됐다.

로즈마린은 아프리카 서해안 카보베르데 공화국 인근에 고립된 이 배에 탑승한 23개국 출신 150여 명 중 한 명이다.

2명이 한타바이러스에 확진되고 5명의 의심 사례가 발생했다. 한타바이러스는 설치류를 통해 전파되는 드물지만 심각한 질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다.

MV 혼디우스호는 약 1달 전 아르헨티나를 출항한 이후 승객 3명이 사망했고, 여러 명이 아프거나 증상을 보이고 있다.

보건 당국은 현재 승객들을 검사하고 있으며, 세계보건기구(WHO)는 선내에서 바이러스가 확산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카보베르데 당국이 이번 주 초 입항 허가를 거부하면서 해당 선박이 인근 해역에 정박해 있는 가운데, 스페인 정부는 카나리아 제도로 이동해 탑승객들이 치료를 받고 본국으로 송환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로즈마린은 지난 4일 자신의 틱톡 팔로워들에게 "많은 것이 불확실하다. 그게 가장 힘들다. 지금 우리는 그저 안전하다고 느끼고 싶다. 상황을 명확히 파악해 집에 돌아가고 싶을 뿐"이라고 호소했다.

로즈마린의 이 같은 감정적인 설명과는 달리, 같은 배에 타고 있는 또 다른 승객 카셈 하토는 "상황이 지나치게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마찬가지로 여행 인플루언서인 그는 "배 안에서 공황 상태에 빠진 한 사람이 올린 영상이 미디어에 퍼지면서" 부풀려진 것 같다고 했는데, 이는 로즈마린의 영상을 지적하는 듯하다.

하토는 자신의 SNS를 통해 "그의 반응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모든 승객의 상황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다. 승객 대부분(149명 중 148명)은 모두 침착함을 유지하고 있으며, 상황은 통제되고 있다. 아픈 분들은 어서 회복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그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승객들은 독서, 영화 감상, 따뜻한 음료 섭취 등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이후 로즈마린은 여러 게시물을 통해 "감정을 추스르는 데 시간이 좀 걸렸다"며 "모든 승객들이 잘 지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나도 기분이 괜찮다. 신선한 공기를 쐬고 있으며, 승무원들이 잘 챙겨주고 있다 … 긍정적으로 생각하고자 노력 중"이라고 덧붙였다.

해당 크루즈 운영사인 '오션와이드 익스페디션'은 전반적으로 "침착한" 분위기이며 "승객들도 대체로 차분하게 지내고 있다"고 전했다.

회사는 성명을 통해 "당사는 승객들에게 상황을 명확히 알리고, 안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하선 절차 및 의료 검진을 신속하게 진행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한 승객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최소 3~4일은 더 바다 위에서 보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지금으로서는 언제 하선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는 설명이다.

선내 첫 사망자가 발생한 지 거의 한 달이 지난 현재, 선상에서 촬영된 영상을 통해 이들의 일상을 엿볼 수 있다.

보호 장비를 착용한 의료진들이 하선하고 있으며, 한때 사람들이 휴식을 취하거나 늦은 밤까지 파티가 벌어졌을 화려한 라운지는 텅 비어 있다.

또 다른 승객은 크루즈 직원들로부터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하고, 실내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하며, 자주 손을 소독하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 크루즈 여행은 대서양에서 사람의 손길이 거의 닿지 않은 풍경들을 지나며 평생 잊지 못할 경험을 약속했다.

그렇게 MV 혼디우스호는 지난 4월 1일 세계 최남단 도시인 아르헨티나 우수아이아에서 출발했다.

로즈마린은 몇 주 전 게시한 영상에서 흥분에 가득 찬 목소리로 팔로워들에게 "산에는 새하얀 눈이 쌓여 있고, 해안선에는 가을 단풍이 물들어 있으며, 멋진 야생 동물들도 봤다"고 전했다.

이후 이들은 펭귄 서식지로 유명한 세계적인 야생 동물 관광지인 영국령 사우스 조지아 섬을 거쳐 세계에서 가장 외딴 유인도인 트리스탄다쿠냐섬으로 향했다.

로즈마린의 SNS 영상에는 새를 관찰하고, 펭귄을 발견하고, 선상에서 아이스라테를 마시는 등 한 달간의 크루즈 여행 속 특별한 순간들이 이어진다.

그는 트리스탄다쿠냐에 대해서 "형언하기 어려운 순간이다. 가장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는 소감을 남겼다.

혼디우스호가 남대서양의 외딴 섬 세인트헬레나로 향하던 중, 크루즈 운영사는 우려스러운 상황을 듣게 된다.

4월 11일, 네덜란드인 남성이 선상에서 사망했는데, 사인이 밝혀지지 않은 것이다. 약 2주 후, 그의 시신은 아내와 함께 세인트헬레나에서 하선했다.

아내는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이송됐으나, 이후 당국은 요하네스버그의 한 병원에서 사망했다고 밝혔다. WHO는 69세였던 이 여성이 한타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했다.

4월 27일에는 영국인 승객 1명이 건강이 악화해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이송됐다. 현재 한타바이러스 감염으로 위중하지만 안정적인 상태로 전해졌다.

그리고 5월 2일에는 독일인 승객 1명이 사망하며 총 사망자 수는 3명으로 늘어났다. 다만 이 승객 또한 한타바이러스 감염자였는지는 불분명하다.

오션와이드 익스페디션 측은 현재 승무원 2명이 "한 명은 경증, 한 명은 중증 급성 호흡기 증상을 보이고 있다"며 긴급 치료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재 선박은 카보베르데 해역에 정박해 있으나, 승객들이 어디에서 하선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했다.

이후 WHO는 이후 스페인 당국이 카나리아 제도 정박을 허가했다면서, 그곳에서 위험 평가와 추가적인 의료 모니터링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페인 보건부는 성명을 통해 해당 선박이 3~4일 안에 카나리아 제도에 도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확한 도착 항구는 아직 결정되지 않은 가운데, 오션와이드 익스페디션은 "그란 카나리아 혹은 테네리페항"으로 항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추가 보도: 에드 해버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