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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가 취재한 러시아 전승절 열병식 현장…'예년과 매우 다른 분위기'
- 기자, 스티브 로젠버그
- 기자, 러시아 에디터
- Reporting from, 모스크바
- 읽는 시간: 2 분
나는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의 붉은광장에서 열린 전승절 열병식을 여러 차례 취재해왔다.
올해 열병식은 확연히 다른 분위기였다.
예년에는 성 바실리 성당 인근에 정차하는 취재진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붉은광장 측면에 마련된 기자석에서 좋은 자리를 확보하기 위해 전력 질주해야 했다.
하지만 올해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행사에 참석한 기자 수가 훨씬 적었기 때문이다. 많은 외신이 취재 허가를 받지 못했다.
붉은광장에 자리를 잡고 있자, 러시아 국영 TV 취재진이 다가와 내 모습을 촬영하기 시작했다.
기자는 활짝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스티브, 당신은 외신이 입장할 수 있었다는 증거입니다."
나는 이렇게 답했다.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다른 외신 기자들은 거의 보이지 않는데요."
그래도 현장에 있을 수 있어 다행이었다. 2026년 전승절 기념 열병식이 실제로 어떤 모습일지 직접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올해는 기자뿐 아니라 관람석의 초청 인사도 줄었고, 행사 참석을 위해 모스크바를 찾은 세계 정상들의 수도 예년보다 적었다.
그러나 가장 큰 차이는 열병식이 시작된 뒤 분명하게 드러났다.
전차도, 로켓 발사대도 없었으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도 보이지 않았다. 러시아 정부가 전승절마다 국제사회에 러시아의 군사력을 과시하기 위해 공개해 온 각종 군사 장비가 올해는 전혀 등장하지 않은 것이다.
이는 올해 열병식이 축소된 형태로 진행됐기 때문이다. 초청 기자 수가 줄어든 것도 같은 이유다. 당국은 우크라이나가 드론으로 붉은광장을 공격할 가능성이 있다며 보안 문제를 이유로 들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의 힘을 보여주기 위해 항상 정교하게 연출되는 이 열병식을 축소하는 것을 꺼렸을 것이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의 공격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결국 변화를 불러왔다.
결국 열병식은 아무런 사고 없이 끝났다. 공격은 없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재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막판에 휴전에 합의하면서 위험이 크게 줄었다.
지난 8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가 열병식을 개최하는 것을 "허용한다"는 내용의 포고령을 발표했다.
러시아 정부는 우크라이나의 이런 조롱 섞인 대응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크렘린궁 대변인은 러시아가 전승절 기념 열병식을 개최하는 데 있어 누구의 허가도 필요하지 않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앞서 언급한 군사 장비들은 어디에 있었을까?
붉은광장에는 등장하지 않았지만, 대형 스크린에서는 볼 수 있었다.
여러 기의 로켓 발사 장치를 비롯해 전투기, 전차, 잠수함 등 각종 무기가 광장에 설치된 대형 화면에 잇달아 등장했다.
러시아 정부는 실제 장비를 공개적으로 행진시킬 수 없다면, 영상 상영이 차선책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푸틴 대통령은 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언제나 승리해 왔고, 앞으로도 반드시 승리할 것이다."
소련은 81년 전 승리했다. 러시아는 1945년의 이른바 '위대한 승리'를 진심으로 기념할 수 있다. 당시 소련은 침략자를 물리치고 승리했다.
그리고 러시아는 이날 붉은광장에서 그 승리를 기념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은 전혀 다른 전쟁이다. 러시아는 4년여 전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그리고 지금 러시아에서는 아직 승리의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